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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주간 모든 경제활동 중단”

입력 | 2020-03-30 03:00:00

확진 7만명-사망 6000명 넘어… 출퇴근 금지 등 사실상 국가 마비
일각 “伊 원정 축구응원단 탓 확산”, 伊 사망 1만명… 31일 전국에 조기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이 사실상 국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29일 스페인의 확진자는 주말 새 1만4738명 증가한 7만8797명으로 중국(8만1439명)에 근접했고, 사망자는 무려 1670명이나 늘어 6528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3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2주간 필수 업무 이외의 출퇴근을 금지한다”며 모든 경제 활동을 중단시켰다.

스페인 피해가 급증하는 배경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꼽힌다. 우선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페인 발렌시아와 이탈리아 아탈란타 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축구 경기가 열렸다. 스페인인 약 3000명이 이탈리아 환자가 밀집한 밀라노로 원정 응원을 가는 바람에 집단 감염의 도화선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달 8일 마드리드에서는 약 12만 명이 참여한 ‘여성의 날’ 행진과 극우정당 복스의 맞대응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여성의 날’ 집회에 참여한 산체스 내각의 장관 3명과 산체스 총리의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일에는 주요 대학이 모두 폐쇄됐다. 이를 기점으로 젊은층이 대거 해변 및 클럽 등을 찾아 역시 집단 감염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대 도시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역정부와 중앙정부 간 정책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수도 마드리드 위주의 중앙정부와 역사, 언어가 다른 카탈루냐는 줄곧 독립을 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에 스페인 전체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분의 2씩 몰려 있어 양측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비판했다.

마드리드에선 병상이 부족해 중증 환자가 사흘째 휠체어에서 대기하거나 주차장에 설치된 텐트에 누워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장례식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27일부터 군이 공공건물을 영안실로 개조하는 공사에 돌입했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29일 기준 사망자 수는 1만23명으로 전 세계 사망자(3만1961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사망자 급증으로 전국의 장례식장과 예배당마다 건물 밖까지 관이 넘쳐난다고 BBC 등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31일 정오에 전국 시청에 조기를 걸고 1분간 묵념을 하기로 했다. 피해가 극심한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가 처음 조기 게양을 준비했고 각 시청이 동참한 결과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다음 달 3일까지인 전국 이동제한령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WHO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에이즈 치료제 로피나비르의 혼합제 등 4가지 치료제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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