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이 사용한 가상화폐의 지갑주소(계좌) 3개 중 2개는 ‘가짜’였던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 씨는 ‘박사방’ 등 이용자들에게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를 받기 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네로’ 등 3개의 가상화폐 지갑주소를 올렸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조 씨가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게시한 ‘가짜’였다. 조 씨가 이용자에게 돈을 전달받은 가상화폐는 모네로였다. 모네로는 추적이 어려워 불법 거래에 주로 이용된 ‘다크코인’으로 경찰의 거래 추적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불법 거래 사용되는 다크코인, 모네로
경찰은 조 씨가 거래 내역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이 아닌 모네로를 사용하도록 지시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사 혼선을 주기 위해 실제로 거래하지도 않는 가짜 지갑주소 2개를 올려놨다”고 진술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거래 내역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다크코인’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 ‘베스트코인’를 압수수색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00여건의 거래내역을 확보하고 조 씨 범행과 관련된 내역을 선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의 특성에다가 가상화폐를 여러 차례 쪼개고 합치는 이른바 ‘믹싱’ 기법을 사용할 경우 추적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채민성 변호사는 “모네로는 거래 내역이 암호화돼 여러 번의 거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추적 과정이 끊겨버린다. 지갑주소를 온라인과 연동하지 않고 개인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을 경우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검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조 씨 등 박사방 일당에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유포 일당에게 무거운 처벌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이 지속하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었느냐가 관건이다.
‘n번방 사건’ 대응과 피해자 보호 방안, 국제공조 강화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사이버 성폭력 수사 자문단’ 간담회를 개최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가해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단죄하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