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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카레로 바이러스 예방?…불안·혼란 부추기는 인포데믹 우려

입력 | 2020-03-17 21:02:00

© News1


“소금 성분이 RNA와 DNA를 파괴해 바이러스를 죽입니다.”

지난달 21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 년 남성이 소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금으로 바이러스 예방도 가능하다고 했다. 17일 기준 24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소금 성분이 바이러스를 억제 혹은 파괴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런 가짜정보가 온라인을 타고 흘러 다니다 결국 현실에 영향을 끼쳤다. 집단감염이 벌어진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 아내가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뿌린 것. 신도들의 입안과 손바닥에 소금물을 뿌리는데 사용된 분무기는 소독조차 하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가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긴 셈이다.

최근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 유행(epidemic)을 합성한 용어.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일 코로나19 보고서에서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다. 인포데믹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온라인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소금물을 비롯해 알코올, 마늘, 카레를 섭취하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렇다. 한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안티푸라민을 코 밑과 입 주변에 바르면 세균과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지폐를 소독한다며 180만 원어치의 5만 원 짜리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다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모두 비과학적인 소문에 불과하다. 소금의 나트륨 성분이 소독 효과를 지녔지만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다. 안티푸라민은 진통소염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함량 60% 이상 고농도의 알코올을 문질러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는 인포데믹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를 예방하려고 소독용 알코올을 마신 이란인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콩에서는 바이러스에 마늘이 특효라는 소문을 듣고 생마늘 1.5㎏을 먹은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갔다.

최근 인포데믹은 전문성을 덧붙여 그럴 듯하게 포장돼 퍼지는 양상이다. ‘바이러스 변이 가설’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SNS에서는 모대학 교수가 “유럽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한국이나 중국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전파력이 4배나 높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돌았다. 이것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정보다. 16일 질병관리본부는 “일부 바이러스 변형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파력과 치사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떠도는 가짜 정보가 시민들의 불안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불균형이 불안을 낳고 결과적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 가짜 정보가 확산되면 사람들은 더욱 불안감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기가 터지면 사람들은 정보에 목마르게 된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시민들도 전문가 견해나 정부 발표를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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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