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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 댄서’ 같은 세계적인 명마 나올 수 있을까

입력 | 2020-03-12 22:54:00


세계적인 명마 ‘노던 댄서’ 같은 말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었다. 그래도 자연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따뜻한 봄이 오면서 말 생산농가와 목장은 교배와 생산으로 분주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2018년 리딩 사이어(Leading Sire·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됨)로 주가를 올린 제주 이시돌목장의 ’엑톤파크‘의 1회 교배료는 1200만 원이다. 그래도 그의 자마이자 대통령배 4연패를 달성한 ’트리플나인‘ 같은 명마 탄생을 원하는 생산자들이 암말들을 줄 세워 대기시키고 있는 중이다. 2014년에 데뷔한 트리플나인의 누적 수득상금이 역대 최다인 42억원을 돌파한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새로운 망아지의 출생을 앞둔 목장주들도 어미말의 산기가 보이기 시작하면 며칠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주로 조용한 밤에 시작되는 경주마의 출산은 혼자서도 잘하는 야생마들과 달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에 비유되는 종마 산업의 부가가치

경주마의 생산 과정에서 부가가치의 핵심이 되는 것은 종마산업이다. 경주마는 국제적으로 혈통서를 가진 말들끼리의 자연교배만으로 생산된다. 따라서 경주마 생산은 해외 고가 브랜드의 로열티처럼 생산 이전에 ’교배료‘라는 수익이 창출된다.

자마들이 우승을 거듭할수록 그 종마의 교배료는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유명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에 비유되기도 한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일본, 아일랜드 등 경마선진국의 종마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 잡았다. 암말 1두당 교배료가 5억 원인 씨수말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년 100두의 암말과 교배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씨수말 소유주는 연간 500억원의 교배료 수익을 얻게 된다. 2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씨수말이 많음을 감안할 때 우수한 말 한 마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노던댄서‘와 ’더 그린 몽키‘

캐나다에서 태어난 불세출의 명마 ’노던댄서(Northern Dancer·1961~1990)‘는 처음에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외면 받은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트리플 크라운 경주인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이크스를 잇달아 우승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씨수말로서 1971년부터 1983년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총 5차례나 리딩 사이어를 차지하며 경마계의 명문가를 구축했다. ’노던댄서‘의 교배료는 1만 달러로 시작, 전성기 때는 100만 달러(12억원)까지 치솟았다.

’노던댄서‘의 영향력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활동 중인 2000여 두의 국내산 경주마명을 검색하면 두 마리 중 하나의 족보, 즉 혈통표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수 년 간 한국 경주마의 리딩 사이어 1위를 차지했고, 세상을 떠난 2019년에도 리딩 사이어를 수성한 한국마사회의 씨수말 ’메니피‘ 역시 ’노던댄서‘의 자손이다.

반면 ’더 그린 몽키(The green monkey, 2004~2018)‘는 3대조가 ’노던댄서‘인 명문가의 후예답게 태어날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세 때 경매로 거래된 가격이 무려 1600만 달러(약 190억원)로, 21년 만에 경매시장 최고가를 새로 쓰면서 화려하게 데뷔하였지만 주위의 기대와 달리 출전하는 경주마다 졸전을 거듭했다. 형편없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명문 혈통에 대한 기대로 씨수말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결국 교배료 5000달러의 평범한 씨수말로 생애를 마쳤다. 현재까지도 경주마 한 마리가 벌어들인 역대 최고 상금액이 1500만 달러(약 170억원)에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더 그린 몽키‘의 사례는 경마산업에 있어서 종마시장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노던댄서‘는 언제쯤


한국마사회가 그동안 국산 경주마 개량을 위해 기울인 노력들은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왔다. 꾸준히 국산 경주마가 국제대회의 문을 두드려 온 결과 2016년 ’석세스스토리‘(마주 이종훈, 조교사 민장기)가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데 이어, 2017년 두바이 월드컵 1600m 결승에 ’트리플나인‘(마주 최병부, 조교사 김영관)이 출전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2년 코리안더비에서 우승한 ’지금이순간‘(마주 최성룡, 조교사 지용철)은 작년에 국산 씨수말 최초로 대상경주 우승마 ’심장의고동‘(마주 오종환, 조교사 지용철)을 배출하면서 한국경마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2014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석권한’경부대로(마주 정광화, 조교사 오문식)‘는 2016년부터 씨수말로 데뷔, 매년 50여 두의 씨암말과 교배할 정도로 생산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 국산마의 경쟁력은 우리나라의 말 산업을 더욱 튼튼히 하고 종마시장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열쇠가 되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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