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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까다로워지는 고객… ‘2만가지 커피’ 만들듯 해야

입력 | 2020-03-11 03:00:00

초개인화시대 기업의 생존전략




과거 고객에게 꼭 맞춘 개인화 서비스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개인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제 누구나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개인화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의 경우 최초 가입 시 좋아하는 영화 2, 3편만 고르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와 드라마 수백 편을 추천한다. 이후 추천받은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할수록 추천은 점점 더 고도화된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나의 취향을 분석해 알아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가 늘면서 고객들은 개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화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더 정교해진 개인화 서비스, 다시 말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초개인화 시대에 기업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월 1일자(292호)에 실린 초개인화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세그먼테이션 버리고 고객 페르소나에 집중

과거 마케팅은 고객을 몇 개의 세그먼트(Segment)로 나누고 집중할 타깃 세그먼트를 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의 발달로 초세분화(하이퍼 세그먼테이션)이 가능해지면서 최근 기업들은 몇 개의 큰 세그먼테이션 대신 다수의 하이퍼 세그먼테이션을 조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앞으로는 세그먼테이션을 버리고 핵심 고객의 페르소나를 매우 상세하게 여러 개 만드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일례로 과거에는 떡볶이의 핵심 고객을 ‘도시에 거주하는 20, 30대 여성’ 혹은 ‘분식을 자주 먹는 20, 30대’와 같이 설정했다면 이제는 ‘떡볶이 리뷰 영상을 보며 스트레스 풀고, 평일에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귀찮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자주 간편식으로 때우지만 떡볶이 맛집 여러 군데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직장인’처럼 특정한 개인으로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 페르소나를 5∼7개 설정하고 이들의 삶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 제품과 서비스도 초개인화를 지향해야

최근 소수의 마니아를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크로 브랜드들의 경우 작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대기업들이 이 마이크로 브랜드들을 따라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복잡도를 크게 올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배송을 받기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하게 하거나 항공업체들이 여행객에게 기내 좌석을 선택하게 하는 것 등이 개인화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스스로 제품을 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다. 사이렌 오더를 통해 소비자는 아메리카노를 약 2만 가지로 개인화할 수 있다. 먼저 핫과 아이스 중 하나를 선택하고, 컵 종류 3가지, 사이즈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 다음 퍼스널 옵션에서 샷 추가, 3가지 시럽 추가, 물 용량 조절, 얼음 양 조절, 휘핑크림 조절을 할 수 있다. 이 가짓수를 곱해 보면 적게 잡아도 2만여 가지의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다.

사이렌 오더에서 더 중요한 핵심은 바로 데이터다. 소비자의 선택이 쌓이면 기업은 이를 분석해 점점 더 비용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향후에는 개개인의 소비자에게 맞게 제품이 진화하면서 전체적인 생산 비용과 재고 관리 비용을 낮춰 나갈 가능성도 있다.

○ 커뮤니케이션도 초개인화돼야

제품과 서비스의 초개인화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초개인화다. 그렇다면 초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은 언제 가능할까? 소비자가 ‘개인’의 입장에서 기업에 접근했을 때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거나, 매장에서 먼저 우리 직원에게 말을 거는 순간 등이다. 이 순간을 잘 포착해 초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한 사례가 홈플러스더클럽의 인스타그램 채널인 ‘소비 패턴’이다. 홈플러스더클럽에서 판매 중인 식재료와 제품들을 소재로 패턴화된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이 인스타그램 채널은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으로도 유명하지만 재치 있는 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포스트에 남긴 댓글에 대해 답글을 다는, 소위 ‘답글 놀이’를 통해 소비자 개개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활동일 수도 있지만 대댓글을 받은 소비자는 기업이 자신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자신을 온전한 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때 기업은 우리 웹사이트에 들어와서 어떤 페이지나 상품을 봤는지, 쇼핑 데이터를 추적해 해당 소비자들을 다시 타깃으로 삼는 ‘리(re)마케팅’ 기법을 써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주목을 받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소비자 각자에게 다른 종류의 영상을 노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유튜브의 ‘디렉터 믹스’라는 광고 상품은 잠재 고객의 흥미와 의도 등에 따라 각각 다른 광고를 노출한다. 한 가지 동영상 광고를 기반으로 광고 제목, 이미지, 클릭 유도 문구, 언어 등을 시청자에게 맞게 개인화하고 이렇게 제작된 맞춤식 영상을 대규모로 빠르게 노출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김경훈 구글 서울사무소 전무 harrisonkim@goolge.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