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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스마트워크[횡설수설/신연수]

입력 | 2020-03-09 03:00:00


“일하는데 강아지가 달려들어요.” “출퇴근이 없으니까 업무 투입 시간이 늘었어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경험담이 넘쳐난다. ‘10분마다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라고 해서 더 힘들다’는 평가부터 ‘회사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전염병이 개인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기업의 근무형태도 바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대기업들의 대응이 빨랐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Smart Work)’ 확산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로 일을 처리하는 기업도 있고, 신입사원 교육과 수료식을 온라인으로 끝낸 기업도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이 전격적인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모바일오피스와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스마트워크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지만 실제로 활성화되진 못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꼭 대면 보고와 회의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근무 관행이 스마트워크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갑자기 전 세계가 강제 실험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기업들만이 아니다. 대형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헌금도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청사를 세종시로 옮기면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췄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던 정부도 요즘은 매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대학들은 원격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많은 대학들이 개강 후에도 2주간 온라인 강의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평생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를 촬영하고 있다는 교수들도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네르바스쿨이나 무크(MOOK)처럼 온라인 강의가 확산됐지만 오프라인 ‘상아탑’을 고수하던 국내 대학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과 유럽은 직원 4명 중 1명이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를 하는 데 반해 한국은 재택근무가 미미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늘어날 듯하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간형 유연근로제’ 외에 재택근무 같은 ‘공간형 유연근로제’를 확대하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교통난도 완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다 같이 겪는 재난이지만 새로운 산업과 혁신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