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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댓글·차명 계좌…‘마스크 팔이’ 인플루언서, 수법은 뻔했다

입력 | 2020-03-04 07:47:00

SNS 마켓에 글 올린 뒤 품절 처리하고
이후 비밀 댓글 통해 차명 계좌 안내해
국세청, 조사할 때 타인 계좌 열람 가능
지방청장 승인 얻어 탈루 혐의 조사 중




마스크를 사재기해 폭리를 취한 인플루언서가 국세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이 인플루언서는 ‘비밀 댓글’로 마스크 가격을 안내하고, 차명 계좌로 대금을 받는 등 나름의 수를 썼지만,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지 못했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 인플루언서는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수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의류 SNS 마켓을 운영하던 이 인플루언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급히 사재기에 나섰다.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도 세금 계산서 등 증빙 자료는 남기지 않았다.

이후 본인의 SNS 마켓에 “마스크 긴급 물량을 확보했다” “마스크 1개당 2000원에 한정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즉시 품절 처리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후 문의 댓글을 남긴 구매 희망자에게 비밀 댓글로 친인척 명의의 차명 계좌를 알려주며 현금 거래했다.

차명 계좌를 이용했는데 어떻게 적발했을까. 국세청은 특정 조사 대상자과 관련이 있는 타인의 차명 계좌의 금융 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친인척이든 아니든 관련이 없다. 단, 이는 ‘조사 대상자의 세금 탈루 혐의가 명백해 세무조사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

“마스크 대금은 여기(차명 계좌)로 보내 달라”고 이 인플루언서가 남긴 댓글이 세금 탈루 혐의를 증빙하는 자료가 됐다. 국세청은 해당 인플루언서 거주지 관할 지방국세청장 승인을 얻은 뒤 댓글에 기록된 계좌의 금융 정보를 열람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금 탈루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인플루언서를 포함해 온라인 판매상, 2~3차 유통 업체 52곳을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300만개의 마스크를 해외 보따리상 등에게 팔아넘긴 브로커, 유통업자인 아들에게 마스크 350만개를 몰아준 공장주 아버지 등이다.

국세청은 52개 조사팀(274명)을 투입해 이들의 마스크 매점매석, 세금 탈루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이전 5년 안에 했던 탈세 행위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각오다.

국세청은 “부과 제척 기간인 5년 범위 이내에서 탈세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면서 “자료 은닉·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 포탈 행위가 발견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