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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쏜듯… 광양제철소 대형 폭발에 이순신대교 휘청였다

입력 | 2019-12-25 03:00:00

포스코 공장 설비 테스트중 ‘펑’…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
철제 뚜껑 400m 치솟아 난간 파손… 교량 한때 통제… 이상여부 점검
“지진 난줄” 주민들 전화 빗발… 사고로 계열사 직원 5명 중경상




교량 난간 때린 폭발 잔해 24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떨어져 나간 발전설비 뚜껑이 이순신대교 위에 추락한 모습. 충격으로 도로가 움푹 파이고 난간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독자 제공

“어디서 미사일 쏜 줄 알았습니다.”

24일 오후 1시 14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페로망간(합금철의 일종) 공장 인근 시험 설비에서 갑자기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더니 땅을 흔드는 진동과 함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공장 주변 여기저기로 파편이 튀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축열 설비를 덮고 있던 무게 0.4t, 지름 1m 정도의 철제 뚜껑이 마치 로켓처럼 하늘로 발사됐다.

검붉은 불기둥과 함께 270m 높이 이순신대교 주탑보다 높게 300∼400m 높이로 치솟은 뚜껑은 동에서 서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공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이순신대교 위에 떨어졌다. 이 때문에 도로가 움푹 파이고 다리 난간이 찌그러지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순신대교도 흔들렸다. 5분 뒤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옆 공장으로 불이 번졌다. 다행히 화재는 1시간 만에 진화됐다.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김모 씨(57) 등 포스코 계열사 직원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광양은 물론 여수와 순천 등 전남 동부권역 주민들도 불안에 떨었다.

추가 폭발을 우려한 경찰이 이순신대교를 통제해 20분 동안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무거운 뚜껑은 폭발 3시간 후 장비를 이용해 이순신대교에서 겨우 옮길 수 있었다. 다행히 난간 파손 외에 구조물에 이상을 주지 않았다. 이순신대교 유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뚜껑이 대교 케이블과 충돌했을 경우 큰 피해가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4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페로망간 공장 인근에서 시험 가동 중이던 발전설비 시설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 충격으로 발전설비를 덮고 있던 뚜껑이 마치 미사일처럼 연기를 내뿜으며 100m 떨어진 이순신대교까지 날아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광양=뉴시스

갑작스러운 사고에 주민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순신대교 인근에서 가게를 하는 장모 씨(42·여)는 “폭발음이 두 번 울렸고 건물도 흔들려 손님들도 다 놀랐다. 한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발의 충격은 사고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컸다. 3km 정도 떨어진 광양시 중마동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47·여)는 “청소를 하고 있는데 ‘쾅’ 하는 소리가 두 번 들리고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져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굉음에 건물이 울리거나 창문이 흔들렸다고 전했다.

순천시 신대지구 사무실에 있던 박모 씨(46)도 “광양에서 20km 넘게 떨어져 있는데 폭발음이 들렸다. 주변에 전화로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물어볼 정도로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폭발이 일어나자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에는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 문의 전화가 70건 접수됐다. 광양시청에는 100건 가까운 문의 전화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기름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배열발전의 축열 설비를 테스트하던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화재는 제철소 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연구시설로 조업에는 영향이 없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해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 하겠다.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광양제철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6월 1일 제철소 내 포스넵(니켈 추출 설비)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7월 1일에는 변전소 차단기를 수리하는 작업 중 정전이 발생해 먼지와 유해물질이 유출됐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은 시험운행 당시 안전수칙을 지켰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