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현의 Man Is]
골지 패턴의 터틀넥은 은은한 세로줄이 키를 커 보이게 하며 플레인 패턴보다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에피그램 제공
남동현 롯데백화점 남성패션 담당 치프바이어
목도리는 보온 효과가 탁월하고 패션 아이템도 될 수 있지만 단점이 있다. 실내에서 따로 벗어서 보관해야 하고 호흡기와 자주 닿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크림컬러 터틀넥은 대표적 ‘남친룩’ 아이템. 슈트에도 캐주얼에도 잘 어울린다 .마에스트로 제공
모노톤 터틀넥에 포켓 디테일이 있는 베스트, 패턴 니트를 각각 레이어드했다. 보온성을 강화하면서 캐주얼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헤지스 제공
접을 수 있는 터틀넥을 일부러 펴서 자연스러운 주름을 연출했다. 같은 니트 소재비니와 함께 코디해 포인트를 줬다. 헤지스 제공
흔히 터틀넥이라고 하면 2011년 작고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하는 무대에서 그는 동그란 안경과 검정 터틀넥, 청바지, 스니커즈를 매치했다. 이는 기술과 혁신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장면을 기억한다. 슈트와 셔츠, 타이, 서류 가방을 매치한 월가의 증권맨과 달리. 2000년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유니폼은 터틀넥과 청바지, 스니커즈 등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였다. 잡스의 터틀넥 패션은 변화와 혁신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
터틀넥은 다양한 코디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에서 셔츠와 타이를 대체하면서 적당한 포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너웨어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이너웨어로 몸에 딱 맞는 사이즈의 터틀넥을 선택했을 경우 카디건이나 니트와 겹쳐 코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열을 간직하는 니트의 장점이 배가돼 보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터틀넥은 주로 캐시미어나 울 소재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피부가 예민해 자극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알파카 혼방 소재나 면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소재를 선택하면 된다. 또한 터틀넥 목 부분을 ‘프렌치 터틀넥’으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렌치 터틀넥은 목에 밀착되는 터틀넥과 달리 앞부분으로 크게 경사진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다. ‘오프 터틀넥’으로도 불린다.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장할 때 셔츠의 깃을 세워서 살짝 접고 그 위에 터틀넥을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블레이저나 테일러드 코트와 잘 어울리면서 피부에 직접적인 자극은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목이 조금 짧거나 굵다면 얇은 소재에 넥 길이가 짧은, 즉 접히지 않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게 덜 답답해 보인다. 둔탁해 보이는 느낌도 피할 수 있다. 목이 길고 가늘다면 원단이 다소 두터운 접히는 넥 형태를 선택하는 게 좋다. 빈약하고 추워 보이는 느낌이 덜해진다. 또한 피부색과 반대되는 색상을 선택하면 턱 라인이 보다 갸름하고 샤프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터틀넥은 ‘답답하다’는 이미지와 달리 디자인과 컬러에 따라 충분히 따뜻하고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터틀넥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400년대부터 지금과 같이 목이 달린 형태의 의복이 존재했다. 이후 군복이나 유럽 산업 혁명기의 노동자 복장으로 활용돼왔다.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잘 맞는 터틀넥을 장만해 활용한다면 멋스럽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클래식 아이템이기 때문에 한 해만 입고 옷장에 넣어 두지는 않을 것이다.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남동현 롯데백화점 남성패션 담당 치프바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