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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온도, 터틀넥

입력 | 2019-12-20 03:00:00

[남동현의 Man Is]




골지 패턴의 터틀넥은 은은한 세로줄이 키를 커 보이게 하며 플레인 패턴보다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에피그램 제공

남동현 롯데백화점 남성패션 담당 치프바이어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특성상 날씨에 따라 옷차림을 바꾸는 건 필수적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피부를 많이 노출해 체온이 과다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고,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소재 옷으로 노출되는 부위를 최대한 줄여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 한기에 가장 취약한 부위는 바로 목이다. 목은 노출 면적이 커서 한겨울 기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에는 목을 보호하기 위해 머플러(목도리)를 활용하곤 한다.

목도리는 보온 효과가 탁월하고 패션 아이템도 될 수 있지만 단점이 있다. 실내에서 따로 벗어서 보관해야 하고 호흡기와 자주 닿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크림컬러 터틀넥은 대표적 ‘남친룩’ 아이템. 슈트에도 캐주얼에도 잘 어울린다 .마에스트로 제공

모노톤 터틀넥에 포켓 디테일이 있는 베스트, 패턴 니트를 각각 레이어드했다. 보온성을 강화하면서 캐주얼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헤지스 제공

이러한 목도리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게 바로 ‘터틀넥(Turtle Neck)’ 스웨터다. 터틀넥은 스웨터의 목 부분이 거북이가 등껍질에서 목을 내미는 모습과 유사해 붙은 이름이다. 국내에서 터틀넥은 흔히 ‘폴라 티’ 라고 불리는데, 이는 터틀넥의 영국식 표현인 ‘폴로넥 셔츠(Polo Neck Shirts)’가 축약 및 와전되면서 생겨난 이름이다.

접을 수 있는 터틀넥을 일부러 펴서 자연스러운 주름을 연출했다. 같은 니트 소재비니와 함께 코디해 포인트를 줬다. 헤지스 제공


흔히 터틀넥이라고 하면 2011년 작고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하는 무대에서 그는 동그란 안경과 검정 터틀넥, 청바지, 스니커즈를 매치했다. 이는 기술과 혁신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장면을 기억한다. 슈트와 셔츠, 타이, 서류 가방을 매치한 월가의 증권맨과 달리. 2000년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유니폼은 터틀넥과 청바지, 스니커즈 등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였다. 잡스의 터틀넥 패션은 변화와 혁신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

터틀넥은 다양한 코디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 캐주얼 코디에서 셔츠와 타이를 대체하면서 적당한 포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너웨어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이너웨어로 몸에 딱 맞는 사이즈의 터틀넥을 선택했을 경우 카디건이나 니트와 겹쳐 코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열을 간직하는 니트의 장점이 배가돼 보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캐주얼한 착장에 터틀넥을 입을 때는 오버사이즈 핏과 드롭 숄더 형태의 아이템으로 매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짜임이 다소 루즈한 ‘아가일 패턴’이나 ‘하운즈 투스 패턴’, 컬러 블록 같은 디테일이 강조된다면 다소 심심해 보이는 터틀넥을 화려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터틀넥은 주로 캐시미어나 울 소재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피부가 예민해 자극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알파카 혼방 소재나 면처럼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소재를 선택하면 된다. 또한 터틀넥 목 부분을 ‘프렌치 터틀넥’으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렌치 터틀넥은 목에 밀착되는 터틀넥과 달리 앞부분으로 크게 경사진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다. ‘오프 터틀넥’으로도 불린다.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장할 때 셔츠의 깃을 세워서 살짝 접고 그 위에 터틀넥을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블레이저나 테일러드 코트와 잘 어울리면서 피부에 직접적인 자극은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목이 조금 짧거나 굵다면 얇은 소재에 넥 길이가 짧은, 즉 접히지 않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게 덜 답답해 보인다. 둔탁해 보이는 느낌도 피할 수 있다. 목이 길고 가늘다면 원단이 다소 두터운 접히는 넥 형태를 선택하는 게 좋다. 빈약하고 추워 보이는 느낌이 덜해진다. 또한 피부색과 반대되는 색상을 선택하면 턱 라인이 보다 갸름하고 샤프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터틀넥은 ‘답답하다’는 이미지와 달리 디자인과 컬러에 따라 충분히 따뜻하고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터틀넥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400년대부터 지금과 같이 목이 달린 형태의 의복이 존재했다. 이후 군복이나 유럽 산업 혁명기의 노동자 복장으로 활용돼왔다.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잘 맞는 터틀넥을 장만해 활용한다면 멋스럽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클래식 아이템이기 때문에 한 해만 입고 옷장에 넣어 두지는 않을 것이다.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아이템이 될 것이다.

남동현 롯데백화점 남성패션 담당 치프바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