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골을 넣고 서포터즈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News1
혼자 달리는 것과 경쟁자가 함께 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적절한 자극이 없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맹주, 나아가 아시아의 축구 강국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한 자극을 주고 있는 영향이 적잖다. 부산에서 펼쳐진 8번째 동아시안컵에서도 한일전의 긍정적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일 여자부 경기로 개막한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18일 저녁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과 일본의 남자부 최종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부산의 마지막 밤을 수놓은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일본과의 최종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 3전 전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3연패, 동아시안컵 사상 첫 개최국 우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대회는 79번째 한일전이었는데 한국은 42승23무14패로 우위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지난 10월과 11월 월드컵 2차예선에서 약체들과 연이어 졸전(북한 0-0, 레바논 0-0)을 펼쳐 팬들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지던 상황에서 또 개운한 승리가 나오지 못하자 차가운 말들이 쏟아졌다. 벤투가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 빌드업 축구는 허울만 좋지 효율성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럼에도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 벤투에게는 고집불통이라는 비난이 향했다.
그래서 일본전은 더 중요했다. 언제 어느 때고 중요한 한일전이 토너먼트 대회의 결승전처럼 판 깔렸으니 만약 우승을 놓쳤다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공산이 컸다. 대회 2연패 중이었던 것과 함께 “슈틸리케도, 신태용도 성공한 것을 벤투는 실패했다” 식의 비난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최상의 결과를 냈다.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News1
덕분에 비난 일색이던 최근 여론과 달리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가 일본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함께 선수들은 이전과 남다른 집중력과 투쟁심을 선보였고, 그 모습에 팬들은 환호했다. 만약 한일전을 놓쳤다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짜릿하게 탈출했다. 벤투호만 산 것이 아니다. 동아시안컵도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일전은 한일전이었다. 이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은 축구팬은 총 2만9252명이었다. 홍콩과의 1차전은 참담한 수준인 1070명이었고 중국과의 2차전은 다소 늘었다고는 하지만 7916명으로 1만명을 채우지도 못했다. 그런데 앞선 2경기 관중을 합친 숫자의 3배가량의 팬들이 한일전에 들어왔다. 한일전이 동아시안컵도 살렸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