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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의 위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입력 | 2019-12-18 03:00:00


아일랜드 록밴드 U2가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연은 무엇보다도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그들의 따뜻함은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을 노래할 때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보컬인 보노는 그들의 최고 앨범 ‘조슈아 나무’에 수록된 그 곡을 부를 때 다른 곡들을 부를 때와 달리, 처음 절반은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보면서 나머지 절반은 관객을 보면서 노래했다.

화면은 촛불을 든 어머니들로 가득했다. 열여덟 명의 어머니들이 늘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화면 밖으로 어머니들이 더 있을 게 분명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칠레의 독재정권 치하에서 실종된 자식들이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도의 몸짓이었다. 바람 소리에서 자식의 웃음소리를 듣고, 빗물 속에서 자식의 눈물을 보고, 자식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환청으로 듣는 어머니들의 기도. 보노는 그 모습을 응시하면서 노래했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묘한 광경이었다. 남아메리카 어머니들을 보면서 노래하는 보노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형국이었으니까. 마치 그것은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속이 타들어가는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일에 동참하라는 초대의 몸짓 같았다.

화면 속 어머니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던 그가 이번에는 관객을 향해 돌아서서 노래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은 남아메리카 어머니들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들딸을 비극적으로 잃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노래가 되었다. 이제 그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노래였다. 그는 어느새 우리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가 다른 여성들의 사진들과 함께 걸그룹 f(x)의 설리, 세상을 떠난 그 젊은이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울트라 바이올렛’을 부르며 ‘베이비, 눈물을 닦아요’라고 읊조릴 때도, 갈등을 공존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원’을 부르며 ‘우리는 하나지만 똑같지는 않아요’라고 읊조릴 때도 위로가 되긴 마찬가지였다. U2가 들고 온 것은 따뜻한 위로였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