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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배달원 전국 13만명 ‘씽씽’…곡예운전 내몰려 연 600건 ‘쾅’

입력 | 2019-12-16 09:49:00

(자료사진) 2019.12.13/뉴스1


배달앱이 성행하고 배달대행업체까지 생기면서 전국 배달원 수가 1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배달 사고는 597건으로, 2016년 264건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16일 김영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정부 고용영향평가로 수행한 ‘배달앱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현재 배달대행과 직접고용을 포함한 전체 배달원 수 추정치는 13만686명이다.

이는 배달앱 도입 이후 3만3640명이 증가한 수치다. 최근 배달음식 시장 규모와 함께 배달대행앱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배달대행원 숫자가 음식 매장당 평균 4.66명 꼴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배달원은 업무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연구위원이 배달대행원 3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업무 자율성(3.56점)·소득 수준(3.32점)·노동 시간(3.30점)에서는 높은 만족도가 기록된 반면, 작업 안전(2.54점)에서는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배달원 대부분은 업무 중 소화한 콜(주문) 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가고, 이것이 자신의 하루 벌이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일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 자율이나 소득 등에서 만족할 수는 있어도, 주문이 쏟아지는 식사 시간대에는 배송시간 단축을 위해 곡예운전을 해야 하는 터라 안전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배달 관련 산재 사고는 597건으로, 2016년 264건에서 불과 2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배달대행앱 사용이 늘면서 하루 주문량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콜을 잡기 위한 배달원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산재 위험에 시달리는 배달원들이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아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당연 적용 특례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배달원은 전체의 61.3%에 달했다. 배달대행원이 사업주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실을 모르는 비율도 56.5%에 달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배달원 수가 급증했음에도, 산업안전 규정에 관한 홍보는 그에 미치지 못했단 점을 방증하는 결과다.

특히 배달대행원은 사고를 겪더라도 스스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업체 측에서는 사고 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 산업 안전과 재해 관련 교육과 홍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플랫폼 경제 종사자에 대한 통계를 개발해 배달원에 대한 안전 관리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배달대행원 급증세에도 아직 관련 공식 통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배달대행원처럼 플랫폼 경제에 종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복잡한 고용구조 상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등 기존 공식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는다.

배달대행앱 도입 이전 직접고용 형태로 일하던 배달원들은 정부 공식 통계에 집계될 뿐만 아니라 근로자성이 인정돼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까지 비교적 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배달대행앱 도입으로 감소세를 띠고 있다.

반면 최근 전체 배달원 수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배달대행원들은 위탁계약 등의 형태로 대행업체에 소속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달 6일에야 일부 배달기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등 아직 정부의 관리망 밖에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김 부연구위원은 음식배달대행업체의 내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등록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되면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조치 의무 강화가 더욱 효율적으로 이행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다만 배달대행업 자체는 배달원 소득을 향상시키고 음식 자영업자의 노동 강도를 개선하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제도 변화가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배달대행앱 활용 이후 배달대행원의 80.6%는 월 소득이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향상된 월 소득은 평균 25만원 수준이었다.

그 결과 배달원들의 평균적인 월 소득은 240만원으로 계산됐다. 이들은 1건당 평균 수수료 264원을 제외한 2887~3433원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달대행원 대다수(전체의 83.9%)의 배달 건수가 배달대행앱 활용으로 인해 30%가량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 시점 배달대행원들의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주중 35.4건, 주말 44.7건으로 조사됐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