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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퇴임때 직위가 곧 ‘계급’… 일반판검사-부장 출신 500만원 격차

입력 | 2019-12-02 03:00:00

[전관 변호사 수임료 첫 조사]
수임료로 드러난 전관예우 실태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절차상 편의부터 중요 결정사항까지 전관예우 혜택을 봤다.”

사건 수임 경험이 있는 의뢰인 중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전관예우 혜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총 700명 중 351명이 전관을 선임했고, 이 중 163명(46.4%)이 전관예우 혜택을 언급했다. 의뢰인들은 형사소송부터 민사, 행정소송에 이르기까지 전관예우를 경험했고, 그 혜택은 작게는 절차상 편의에서 검찰의 처분과 법원의 판결이라는 중요 결정사항에까지 미쳤다고 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올 9∼10월 변호사와 의뢰인 1200명을 상대로 법조비리 실태를 조사한 뒤 만든 연구보고서를 동아일보가 1일 입수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부장 판검사 이상 출신 전관 변호사는 평균 수임액수가 비전관 변호사에 비해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경험이 있는 의뢰인 351명 중 부장판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의뢰인은 204명(58.1%)이었다. 이들을 통해 확인한 ‘총수임료’(기본수임료+추가비용)는 퇴임한 지 1년 이내 부장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우 사건 1건당 1495만 원, 퇴임 1년 이내 법원장이나 검사장 이상 출신 변호사는 평균 1564만 원이었다. 평판사와 평검사 출신 변호사는 평균 994만 원을 받았다. 같은 전관이지만 수임료가 1.5배 이상 차이가 나 퇴임 당시 직위가 곧 계급으로 자리 잡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비전관 변호사와의 격차는 더 컸다. 비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응답한 의뢰인 349명은 평균 525만 원의 수임료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전관 변호사와 비전관 변호사 사이의 수임료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대한 반증”이라고 말했다.

전관 변호사의 경우 퇴임 후 시간이 흐를수록 수입도 줄었다. 퇴임 3년 이내의 전관은 30%가량 수임료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정원은 3년이 지나고선 법률상 공직퇴임 변호사에 해당하지 않아 전관 변호사라고 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조사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뢰인들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했다.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답했다. 2018년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전관으로 등록된 변호사는 전체 변호사 중 15.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절반 정도의 의뢰인은 되도록이면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 변호사 중에서는 검사 출신(28%)을 선호하는 경향이 판사 출신(22.1%)에 비해 약간 높았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인식 차이도 나타났다.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소송 등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90%에 달했다. 변호사들이 ‘조금 유리하다’(59.8%)거나 ‘별 차이가 없다’(30%)고 답변하는 것과 대비됐다.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가 법원, 검찰에 로비 명목으로 추가비용을 요구했을 때에도 이를 거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관 변호사의 경우 일반 변호사보다 추가 비용을 요구한 경우가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비용은 200만∼300만 원 구간(31.2%)이 가장 높았다.

동아일보는 올 4월 법조윤리협의회의 비공개 수임내역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전관 변호사가 일반 변호사보다 약 2.9배의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는 실태를 공개했다. 수임건수와 수임료 차이를 그대로 환산하면 비전관에 비해 전관의 경우 많게는 9배 이상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당시 전관 변호사의 ‘수임건수’에 대한 실증 분석을 최초 공개했지만 수임료의 경우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의뢰인들을 상대로 수임액수를 조사한 실증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향후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액수에 대한 실증적 비판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진수 법조윤리협의회장은 “수임료 연구는 수임 액수에 대한 단서를 보여줘 국회가 전관예우를 근절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이호재·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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