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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주차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차체는 커졌는데 주차 공간은 예전 그대로라 문 콕 사고를 비롯한 주차 시비가 비일비재하다. 예전같으면 세단 3대가 주차할 수 있던 공간이 지금은 대형 SUV 2대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대형 SUV 소유주뿐만 아니라 협소해진 주차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아파트 이웃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대형 SUV를 몰려면 미국으로 이민 가야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 대형 SUV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서 판매된 국산 대형 SUV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3만8903대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2만8186대)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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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넉넉한 실내와 적재 공간을 앞세운 신차들이 쏟아지면서 대형 SUV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비례해 주차 문제도 커지고 있다. 폭이 2m에 달하는 대형 SUV를 품기엔 기존 주차공간이 너무 협소한 탓이다. 문 콕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형 SUV가 등장하기 전부터 국내 주차장이 좁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14년 약 2200건이던 문 콕 사고가 2016년 약 3400건으로 증가했다. 중·대형 차량 비율 증가로 지속된 갈등이 대형 SUV 등장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현재 아파트나 건물의 일반 주차 주차장 크기는 너비 2.3m, 길이 5m다. 이 때문에 팰리세이드(1975㎜), 포드 익스플로러(2004㎜), 한국지엠(GM) 트래버스(2000㎜) 및 콜로라도(1885㎜), G4 렉스턴(1960㎜) 등 폭이 2m에 육박하는 차량 소유자는 양쪽에 차량이 나란히 주차된 경우 여유롭게 내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문을 열 때 필요한 각도인 30도로 문을 열려면 560~600㎜의 공간이 더 필요하다.
팰리세이드 2대가 주차 구획 내 중앙에 나란히 주차했다고 가정하면, 차 사이의 간격은 325㎜에 불과하다. 성인 남성이 여유 있게 내리기는 쉽지 않다. 대형 SUV를 비롯한 경형 트럭 격전지인 미국의 주차 공간은 2.7mx5.5m 수준이다.
차량 너비가 1855∼1890㎜의 중형차량은 문제가 없으나 여전히 대형 SUV 기준에는 부족하다. 국토부는 2012년부터 새 건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30% 이상 설치하도록 정한 ‘확장형’ 주차장도 기존 2.5m(너비)x5.1m(길이)에서 10㎝를 늘려 2.6mx5.2m로 확대했으나 폭이 2004㎜인 익스플로러의 문 열림 폭을 감안한다며 여전히 빽빽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개정된 시행규칙에도 아파트와 건물 소유자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연식이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의 경우 이미 주차장 공간이 가구 수보다 적어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공간을 키우면 주차 가능 대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축 주차장을 짓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또한 정부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주차장을 넓히는 데 가구당 약 24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분양가 인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같은 도심의 오래된 건물 주차장 대부분이 개정안 이전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형 SUV는 물론, 중형 SUV도 원활하게 주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형 SUV 인기 추세에 따라 주차공간 문제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주차 구획 폭을 20㎝ 넓히는 것도 오랜 논의를 거쳐 시행된 것으로, 정부 입장에서 대형 SUV 소유주들의 입장만 고려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주차공간 확대 등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