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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오는데 그저 돈 얘기만”…트럼프 쏘아 본 10대 소녀

입력 | 2019-09-24 15:21:00

사진=BBC 갈무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자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표정은 굳어졌다. 툰베리는 지난해 발생한 북유럽의 기록적인 폭염 이후 기후변화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교 거부 시위’를 벌여 유명세를 얻은 소녀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툰베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입장하려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을 목격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모습을 비추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던 상황. 툰베리는 입을 앙다물고 매서운 눈초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했다.

툰베리의 표정을 지켜본 보디랭귀지 전문가 패티 우드는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툰베리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에 신체 반응이 과장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드는 “그녀가 혀를 내밀고 싶었지만, 그것을 억제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지 않는 누군가는 감정을 더 빨리 억압했을지 모르지만, 툰베리의 감정 그 자체는 정상이었다”며 “누구나 그녀의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다. 16일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눴던 툰베리의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툰베리는 고작 16살이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후변화) 대변인 중 한 명”이라며 “우리는 한 팀”이라고 말했다.

사진=오바마 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반면, 툰베리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를 향해 “누구도 그에게 기후변화 위기와 급박성에 대해 납득시킬 수 없었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면서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저 과학에 귀를 기울여라’인데, 그걸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툰베리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의 빈말이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생태계 전체가 붕괴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끊임없는 경제 성장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