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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재생사업 본격화… 개발 줄이고 시민휴식 기능 강화한다

입력 | 2019-09-20 03:00:00

1, 8부두 개발사업 대폭 축소… 문화시설-공원 등 설치하기로
문화콤플렉스 ‘상상플랫폼’ 조성… 복합극장 등 내년 하반기 개관




인천형 항만재생사업 중 첫 민간투자를 통해 내년 중 문을 열 인천 내항 8부두 ‘상상플랫폼’ 조감도.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원도심 균형발전의 선도 프로젝트인 인천 내항 재생사업이 새롭게 틀을 짜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옛 조선소 재생시설인 ‘NDSM’과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항만 재개발’을 모델로 해 근대 개항장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인천형 항만재생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항만공사(IPA)는 올 초 내항 8개 부두를 해양문화, 복합업무, 혁신산업, 관광여가, 열린 주거 등 5개 특화지구로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인천항 재개발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가시화하기 위한 첫 항만재생구역인 1, 8부두에서는 개발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시민 휴식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생설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시민 중심의 항만재생


인천항 재생사업은 관이 주도하지만 시민 참여를 최대한 유도하려 한다. 올 4월 인천항 8부두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주최의 제1회 도시재생 산업박람회를 계기로 시민들이 항만 투어, 워크숍, 명사 초청강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30명가량의 시민이 17일 인천도시역사관에서 개항 역사 강좌를 들었고 18일엔 동양 최대 갑문항인 1∼8부두 내항과 근대 건축물이 몰려 있는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 답사에 나섰다. 기자도 항만 답사에 동행했다.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자동차, 화물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항만 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1914년 인천감리서에 투옥됐던 김구 선생이 노역을 했던 1부두 내 석축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1918년 완공된 1부두는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4500t급 선박이 항상 접안할 수 있는 이중갑문이 처음 설치된 곳이다.

7부두 쪽으로 가자 기네스북에 등재된 곡물 저장창고가 나왔다. 여러 개의 기둥 외벽에 세계 최대 벽화(높이 98m)가 그려져 있다. 한 답사자는 “도시 안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동양 최대 규모의 갑문시설이 사회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공공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항만 답사에 이어 8부두 맞은편의 개항장 문화지구도 둘러봤다. 1884년 건축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대불호텔, 100년 전 창고를 복합예술공간으로 단장한 인천아트플랫폼 등 근대 문화재를 살펴보았다. 인천시는 김구 선생이 투옥됐던 개항장 내 옛 인천감리서와 그의 노역 현장인 1부두 일대에 ‘김구 거리’와 ‘김구 광장’을 조성하는 등 역사적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항만재생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 바다 보이는 문화복합시설


시민 개방이 확정된 1, 8부두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지만 인천시와 항만 소유주인 IPA는 사업성보다 공익성에 치중하기로 합의했다. 0.42km² 규모의 재생사업구역 대부분이 도로, 공원 등 공공용지이고 주상복합건물과 같은 상업용지는 8% 정도다.

인천시는 고층 빌딩이 몰려 있는 1부두 국제여객터미널과 공장지대와 가까운 8부두 일부 구역에만 주거 및 상업시설을 짓고 대부분 구역에선 바다 조망을 가리지 않는 문화시설, 공공시설, 공원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옛 창고를 더 구입하고 도시 기반시설에도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시 계획에 대해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1, 8부두 개발사업 시행자를 정해 재생공사에 들어가면 즉시 항만 기능을 폐쇄하기로 하역사와 약정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사업 제안이 이뤄지면 해수부도 국비 지원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민간 투자자(CJ CGV)와 함께 8부두에 도시재생 문화콤플렉스인 ‘상상플랫폼’을 조성 중이다. 1978년 건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일창고(1만2150m²)를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270m, 폭 45m 창고를 4층으로 나누는 내부 공사를 통해 4개관의 복합극장, 30실 규모의 숙박시설, 도심 공원, 첨단 놀이시설 및 식당, 공연장을 설치하게 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운영 중인 ‘N15’가 이곳에 문화체험 위주의 ‘꿈의 창작공간’(가칭)을 만든다.


▼ “공익성 위주로 아파트 분양은 없을 것” ▼

허종식 인천시 정무부시장 인터뷰

“당초 사업 시행자로 나서기로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빠지고 인천도시공사가 공적 투자를 주도할 ‘대타’로 참여하려고 해요. 1, 8부두 항만재생 민관협의체인 ‘개항살롱’이 구성돼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요.”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사진)은 전국적인 화두인 도시재생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허 부시장은 19일 “인천 내항 재생사업을 ‘시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확정된 1, 8부두에 아파트와 같은 주거지를 지어 분양하는 방식은 일절 도입하지 않고 공원, 문화기능을 강화한 공익성 위주의 재생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그는 “300억 원대의 민간투자를 통해 창고를 문화복합시설인 상상플랫폼으로 바꾸고 있는데, 완공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 한다”며 “내년 중 이 시설이 개관되면 근대건축물이 많은 차이나타운∼경인전철 인천역∼상상플랫폼 200m 사이에 원목 하늘다리를 놓으려 한다”고 소개했다.

또 도로로 단절된 인천역과 8부두, 북성포구 일대에 보행자 중심 거리를 조성해 항만지역과 개항장문화지구를 단일 문화관광권역으로 만들기로 했다. 허 부시장은 “인천역에 내리면 상상플랫폼에서 색다른 문화체험을 한 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며 근대건축물을 돌아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 8부두에 5000채가량의 주거시설을 지으려는 LH 항만재생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LH 대신 인천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서면 부두 내 세관창고를 더 사들이고 기반시설 투자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인천역∼신포역 사이 1, 8부두 도심 쪽 구간 대부분에서는 공익적이지 않은 상업시설을 일절 신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항만재생사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