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9일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로부터 3년 뒤 이재용 감독은 배용준·전도연·이미숙 등과 손잡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또 다시 3년의 시간이 지나 아직 ‘중량의 신인급’으로 인식된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에 이어 또 한 편의 사극을 선보이며 앞선 ‘웰메이드 한국 사극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왕의 남자’. 2005년 연말 개봉해 1051만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불러 모으며 2003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기록을 썼다. 이 수치는 영화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그대로 입증한 것이었음은 물론 당대 흥행 코드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음으로써 신선한 기획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영화는 조선 연산군 시대에 비극적 운명을 살다 간 두 광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연극 ‘이 爾’를 원작 삼아 이를 재구성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궁궐에 불려 들어가 권력 암투에 휘말린 광대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를 통해 비열하고도 비극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춰냈다. 그 속에는 어미 잃은 채 폭력적 군주가 된 연산의 설움이 스몄고, 영화는 녹수라는 간교한 여인의 욕망까지 얹어 공길과 장생이 상징하는 힘없어 천한 신분과 민중의 고통스런 삶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며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