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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뉴욕 식당가, ‘셰프 공유’ 바람

입력 | 2019-09-03 03:00:00

교통-배달 이어 주방도 공유 경제… ‘페어드’ 등 일자리 연결 앱 급성장
정규직보다 고수익에 요리사 몰려… 불황땐 직업 안정성 떨어질수도




미국 뉴욕의 한 식당. 최근 미국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식당과 요리사 등 전문 인력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공유 일자리’가 인기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오 무렵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이 있는 32번가 근처 도심에는 전기자전거와 스쿠터 등을 탄 배달원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오갔다. 음식이 실린 가방이나 조끼에는 ‘우버 이츠(Uber Eats)’와 ‘도어대시(DoorDash)’ 등 ‘배달 공유’ 앱 로고가 적혀 있었다. 뉴욕 맨해튼 거리는 요즘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 차량 공유 서비스부터 배달 공유 앱까지 신종 ‘공유 경제’ 서비스가 점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 속에서 실시간으로 요리사 등 전문직 구직자까지 구인난에 시달리는 식당에 연결해주는 ‘공유 일자리’ 앱이 급성장하고 있다.

○ 승차, 배달에서 주방까지 확산된 ‘공유 경제’


1일 리서치회사인 TDn2K에 따르면 미국 식당 체인의 93%가 주방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 틈새에서 ‘공유 일자리’ 앱은 실시간으로 이직률이 높은 서비스업에 임시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탠퍼드대 출신 요리사인 윌 파치오가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공유 요리사 앱인 ‘페어드’는 요리사 등 전문 인력 약 10만 명과 샌프란시스코, 뉴욕의 식당 수천 곳을 연결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인스타워크(Instawork)와 워놀로(Wonolo)도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일자리 공유’ 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점, 숙박업계 인력 50만 명이 활동하고 있는 인스타워크는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페어드는 130만 달러(약 15억7000만 원), 인스타워크는 280만 달러(약 34억 원)의 벤처캐피털 투자도 받았다.

○ 직업 안정성 대신 유연성 택한 노동자들


지난해 맨해튼 채식식당 주방장을 그만둔 요리사 크리스토퍼 모어텐슨 씨는 ‘페어드’ 앱을 이용해 주방에 일손이 필요한 식당을 돌며 시간제로 일한다. 정규직의 안정성보다 공유 경제의 직업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선택한 것이다. 맨해튼에서만 그가 일한 식당 주방이 70곳이 넘는다. 모어텐슨 씨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벌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예전의 정규직 식당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페어드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평균 19.66달러, 인스타워크 계약자들은 19.37달러(로스앤젤레스)부터 22.77달러(샌프란시스코)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 최저임금(7.25달러)은 물론이고 뉴욕 최저임금(15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식당 주인들도 구인 고민을 덜 수 있어 반긴다. 식당 주인들은 ‘공유 요리사’들의 근무 결과에 평점을 매기고 급여도 앱을 통해 지급한다. 노동자가 일을 하겠다고 했다가 24시간 이내에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으면 ‘공유 일자리’ 플랫폼 계정이 삭제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공유 일자리’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별 사업자로 간주된다. 의료보험, 유급휴가, 실업보험 등 혜택이 없다.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침체기에는 직업과 소득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페오마 아준와 코넬대 법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공유 일자리 앱은) 구직과 구인에 대한 신속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앱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평생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