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시리즈 도서의 비결
하나의 주제를 파고든 ‘아무튼 시리즈’.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1900년대 초반까지 책은 영국에서 두꺼운 지식 뭉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펭귄출판사는 1935년 가볍고 저렴한 문고판 시리즈를 만들어 슈퍼마켓과 기차역에서 팔았다. 책의 물성이 변하자 독서 풍경도 덩달아 바뀌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 성공한 시리즈는 손에 꼽힌다. 우선 성패의 가늠자인 1권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바로 날개가 꺾인다. 권마다 성적이 들쭉날쭉해도 제동이 걸린다. 결국 펴낼수록 손해를 보게 되고, 야심 차게 시작한 시리즈는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시리즈 ‘자기만의 방’=주제와 형식에서 타깃으로 개념 비틀기
한 사람을 위한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은 시영 씨의 휴식, 사유,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소소한 집수리에 대한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 습관’, ‘수채화 피크닉’ 등이다. 편집자가 손 편지를 쓰고 직접 포장한 수채물감을 선물하며 소통을 시도한다. 각 방에 입주한 이들이 모여 마을(취향공동체)을 이루는 게 꿈이다.(김민기 휴머니스트 지식실용부문 주간)
○ 시리즈 ‘쏜살문고’=전통+시대정신+큐레이션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리즈를 고민했다. 민음사다움은 ‘고전’이었다. 새로움을 위해선 외피를 바꿨다. 주머니와 손가방에 쑥 들어갈 만큼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교체했다.
○ 시리즈 ‘아무튼’=양말·문구·로드무비의 모든 것
생각만 해도 좋은 것에 대한 책을 펴내 보자고 1인 출판사인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대표 셋이 의기투합했다. 취향을 다룬 기존 시리즈는 대체로 와인·LP 등에 주목했다. ‘아무튼’은 양말, 문구, 술, 피트니스 등 소소함을 책 한 권에 담아낸다.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쏟고 기쁨을 찾는 태도 자체도 요즘 시대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스타일의 느슨한 통일감도 시리즈의 특징이다. 독자들이 ‘아무튼’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광경을 보면 뿌듯하다.(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고전의 현재를 찾아서
‘고전의 현재’를 거듭 고민한 끝에 ‘사람’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거장에 대한 관심이 원 텍스트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거장은 공간에 영향을 받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게 전문가 100인이 거장이 머물던 공간을 여행하는 프로젝트가 지난해 9월 닻을 올렸다.
전문가가 쓴 인문여행답사기 ‘클래식 클라우드’.
특히 공들인 부분은 저자 선정이다. 인지도와 파급력이 강연, 팟캐스트, 여행 상품 제휴 등으로 파생되며 다시 시리즈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자리 잡으면서 관심 분야가 아니라도 시리즈를 사보는 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원미선 아르테 문학사업본부장)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