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차의과대 등 국내 연구팀… 암세포 사멸 유도 새 항암제 개발 비정상 혈관 제거해 종양 성장 억제… 난치성 암환자 치료제 개발 희소식
김유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왼쪽)와 이대용 연구원은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제를 개발했다. KAIST 제공
어빙 바이스먼 미국 스탠퍼드대 발달생물학과 교수팀은 암 세포 표면에서 ‘날 잡지 마’라는 일종의 면역세포 회피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을 발견해 ‘네이처’ 7월 31일자에 발표했다.
우리 몸에서 자라는 암세포는 ‘경찰’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천적이다. 이 때문에 암세포는 면역세포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스스로 체득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변장 전략이다. 면역세포가 다가와도 체포할 대상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성장할 때 가장 많이 분비되는 단백질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 세포나 그 주변 조직 세포와 비교할 때 CD24라는 단백질이 암세포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CD24도 면역세포 회피 신호를 보내는 여러 단백질 가운데 하나로 판단된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제로 인간의 암세포를 주입한 쥐에서 CD24 신호를 막은 결과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스먼 교수는 “앞으로는 면역세포를 회피하는 신호를 막는 게 항암치료법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세포를 잡는 면역세포. 면역항암제는 이 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해 공격하도록 돕는 신개념 항암제다. 주로 암세포의 회피 능력을 제어한다. 미국국립보건원 제공
김찬, 전홍재 차의과대 종양내과 교수팀은 스팅 단백질에 추가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밝혔다. 암세포에는 면역세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변 길목(혈관)을 변형시켜 차단하는 능력이 있다. 변형된 혈관은 암세포가 영양분이나 산소를 얻는 데에도 활용된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 스팅은 이런 암세포의 작전을 방해해 암세포 주변의 비정상적인 혈관을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33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 혈관에서 스팅을 활성화시킨 후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 내부의 비정상적인 암 혈관만 제거돼 종양의 성장과 전이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유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아예 암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항암제를 개발했다. 무기는 세포 내 물에 녹아 있는 ‘이온’이다. 세포 내에는 칼륨, 포타슘, 마그네슘, 인산염, 황산염, 중탄산염과 같은 이온이 들어 있다. 이들은 세포의 성장, 분열, 대사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농도가 크게 달라지면 세포가 생존하는 데 치명적인 문제가 되기에, 세포는 늘 체내 이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팀은 세포 내의 칼륨 이온을 밖으로 방출시키고 칼슘 이온은 세포 내로 유입시키는 항암제를 개발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세포 내의 전반적인 이온 항상성을 교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5월 24일 온라인판으로 발표됐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