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셩: 판타스틱 시티’ 전
다양한 한글 서체를 개발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안상수가 정조의 이름과 수원, 화성의 첫 글자에서 추출한 ‘ㅇ’, ‘ㅅ’, ‘ㅎ’을 배열한 작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전시는 민정기와 서용선의 회화로 시작한다. 민 작가의 회화는 수원 도심의 현재 모습이나 역사의 기록을 재현한 풍경화다. 도심 풍경에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춰서 묘사했다.
전시장을 돌아 나오면 서용선의 ‘정조와 화성 축성’과 ‘화성 팔달문’이 보인다. 바닥에는 한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주춧돌이 놓여 있다. 건축물이 있었던 흔적을 의미하는 주춧돌 앞에서, 정조가 지은 화성의 이면에 도사린 이야기를 더듬어 보는 재미가 있다. 11세 때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임금(장조)으로 추대하고, 화성으로 왕릉을 모시려고 했던 ‘개인’ 정조의 복잡한 심정이 그림에 녹아 있다.
주제가 워낙 방대해 전시의 맥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정조’와 ‘화성’은 박물관이나 대중 매체에서 수차례 다뤘던 주제인 만큼, 구체적 방향성이 제시됐더라면 관람객의 이해도 돕고 신선함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연계·도슨트 프로그램이 빈자리를 메우길 기대한다.
수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