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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들, 판문점 회담에 ‘역변’…“트럼프 환영”→“쇼에 불과” 평가절하

입력 | 2019-07-01 15:47:00

판문점 회담에…우리공화당 "참담하다"
트럼프가 만든 화해분위기에 비판이어
우방이 주적과 손 맞잡아 '씁쓸한 속내'
'보수=친미' 프레임 균열 "美 의존 그만"
"미국의 큰그림이자 전략이다" 반론도




남·북·미 정상의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을 두고 보수단체 내부에서 결이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방인 미국의 대통령이 대한민국 주적이라는 북한 땅을 밟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에 대해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반응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1일 청계광장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상황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통미봉남(한국을 배제한채 미국과 협상하는 북한의 협상전략)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종전선언 66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회동한데 이어 북미 정상들이 약 53분 동안 단독회담을 지닌 것을 비판한 것이다.

친미적 색채가 강했던 우리공화당의 행보를 감안하면 의외의 평가다. 우리공화당은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기습 설치해 서울시와 대립하다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위해 광장을 떠났다. 지난달 29일과 30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행동하는 자유시민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추켜세우고 싶은 기분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민망하다. 그냥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판문점 북측 땅을 밝고,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진전이 없는데 노력해보기로 했다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 정작 비핵화는 아무 진전도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층은 정작 중요한 회담에 우리 정부가 빠졌다는 점, 북미간 대화에서도 실질적인 비핵화 플랜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기저에는 우방인 트럼프 대통령이 주적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밀한 분위기를 조성한데 대한 허탈함과 불편함이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불편한 속내에 대한민국 보수층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보수는 미국과 가깝다는 기존 프레임에 균열이 가해지는 양상이다.
정규재 펜앤마이크 대표는 전날 유튜브에서 판문점 회동을 중계한 뒤 “트럼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보수내에서 여러 견해가 있지만, 보수가 트럼프나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올바른 노선을 하루빨리 정립해 움직여야한다”면서 “지금처럼 ‘트럼프 형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란 식의 안이한 태도로는 또 당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쇼’라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반응도 있다. 여전히 우방인 미국을 신뢰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평화쇼에 놀아난 것으로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패권국가인 미국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친미국가로 만드려는 전략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간 북한이 미국에 몇십년간 거짓말을 해왔는데 이번에 또 속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공간의 시민 반응도 엇갈린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에서 “어제 만남은 그냥 만남이었을 분이다. 정치적으로 뭐가 변했느냐”며 “트럼프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어제의 쇼는 무색해졌고, 김정은과 문재인은 이용당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보수단체 커뮤니티에서는 “미국이 제재를 통해 비핵화와 자유를 심으려 하는 큰 목표는 변함없어 보인다”며 “김정은이 미국에 포위돼 가는 중이라 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