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박성균 감독. 목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야구인 2세’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물론 KBO리그에서도 흔한 풍경이 됐다. 하지만 사령탑과 선수로서 서로를 상대하는 건 쉽게 볼 수 없다. 성남고 박성균 감독은 21일 아들 박민(18·야탑고)과 전국대회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마주했다. 오묘한 기분이 들 법도 했지만 이들 부자는 “승부는 승부”라고 입을 모았다.
성남고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에서 야탑고를 6-3으로 눌렀다. 1-3으로 뒤진 7회 4점, 8회 1점을 뽑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경기는 부자 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박성균 감독은 2012년부터 성남고 지휘봉을 잡았다. 아들 박민도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박민은 중학교 시절부터 전국구 유격수로 이름을 떨쳤고, 2017년 아버지가 이끄는 성남고에 입학했다.
박민이 야탑고로 옮긴 뒤 전국대회에서 성남고와 상대한 건 21일이 처음이었다. 올 초 탄천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긴 했지만, 몰입도 자체가 달랐다. 경기 전 만난 박민은 “평소 아버지와 매일 통화한다. 하지만 어제(20일)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승부욕이 있는지 어제 처음으로 전화를 안 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민은 “어머니가 경기장에 오셨는데 나를 응원한다고 들었다”며 미소지었다.
이들 부자는 “승부는 승부다”라고 입을 모았다. 박민은 아버지를 그저 상대팀 감독, 박 감독은 아들을 상대팀 선수로 대했다. 박민은 이날 3번타자 겸 유격수로 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박민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박 감독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경기 후 만난 박성균 감독은 “대회 전부터 ‘너를 만난다면 최선을 다해 꽁꽁 묶으려고 할 것이다. 너도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해왔다. 그게 맞다”며 “우리 학교와 경기가 아니라면 아들이 매일 잘했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전했다.
목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