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불안한 사회… 여성피해범죄 전담 형사가 조언하는 치한 대처법
5일 오후 본보 기자가 ‘주저앉기’(1, 2번 사진)와 ‘상대방 균형 깨기’(A∼C 사진) 방법을 통해 치한 역할을 맡은 남성에게서 벗어나고 있다. 치한이 뒤에서 끌어안으면 재빨리 쪼그리고 앉거나, 범인의 방향으로 돌아서면서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동영상 캡처
늦은 밤 주택가 골목을 걷는 여성의 뒤로 한 남성이 접근한다. 이 남성은 뒤에서 여성의 목을 팔로 휘감은 채 더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려 한다. 남성의 급습을 받은 이 여성은 어떤 동작을 해야 할까.
①등 뒤 남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앞쪽으로 빼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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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하기엔 ①번 동작이 맞을 것 같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②번이다. 지난해 책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쓴 저자이자 13년 경력의 여성피해범죄 전담 형사인 이회림(필명·여) 경사가 조언한 내용이다. ②번은 이 경사가 추천한 ‘상대방 균형 깨기’ 방법이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을 계기로 최근 여성들이 실제 범죄 피해를 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대처 요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보 여기자가 이 경사를 만나 효과적인 대처 방법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남성에게 붙잡힌 상태라면 ‘주저앉기’ 유용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는 지하철역에서부터 피해 여성의 뒤를 밟아 집까지 몰래 따라가며 범행을 시도하려 했다. 수상한 남성이 갑자기 자신을 붙잡아 끌고 가려고 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간단한 호신술을 해볼 수 있다. 범인에게 잡힌 채 두 다리로 서 있는 상태라면 ‘주저앉기’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다리를 쪼그리고 바닥에 앉겠다는 생각으로 아래 방향으로 힘껏 앉는 동작이다. 배낭을 멘 채로 뒤에서 어깨를 붙잡힌 경우 주저앉으면서 배낭을 벗으면 빠져나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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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사는 ‘상대방 균형 깨기’ 방법도 추천한다. 상대가 자신에게 가해 오는 힘과 맞서기보다는 상대방과 밀착하듯 몸을 붙인 뒤 그 힘의 방향대로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 상대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그 틈에 빠져나오는 식이다. 실제로 키 170cm, 몸무게 77kg의 남성이 기자를 뒤에서 잡고 끌고 가려고 할 때 이 방법을 시도하자 남성이 균형을 잃고 기자를 놓쳤다. 기자가 앞쪽으로 달아나려 했을 때는 남성이 점점 더 강하게 팔에 힘을 줘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이 경사는 “호신 동작은 상대의 허점을 이용해 위험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상대가 위험 행동을 하려는 찰나에 깨물기, 낭심 차기 등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 ‘나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신호 줘야
이 경사는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 과감하게 뒤를 돌아보라고 조언했다. 이 경사는 “따라오는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나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를 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뒤돌아봤을 때 실제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앞질러 지나갈 수 있도록 걸음을 조금 늦추면서 뒤따라온 사람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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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 있는 성추행범을 경찰에 신고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전화로 신고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면 문자로 112신고를 하고 노선번호, 현재 통과하는 역 이름, 범죄자의 옷차림을 비롯한 외모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게 좋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