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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패스트트랙 놓고 진흙탕 된 국회, 민생 입법도 팽개칠 건가

입력 | 2019-04-25 00:00:00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정치권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의원총회에서 4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추인하자 한국당이 전면적인 반대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3당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놓고 당 지도부가 강제성을 담은 당론 대신 ‘당의 입장’이라는 모호한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한 결과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론이 아니니 강요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개특위에서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쥔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밝히자 당 지도부는 오 의원을 특위위원에서 배제하는 사보임을 강행해 버렸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오 의원 사보임을 거부하라며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여성 의원 성추행 주장이 터져 나오는 등 막장드라마도 연출됐다. 이제 바른미래당은 심리적 분당에서 사실상 분당으로 가는 갈림길에 섰다.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가 본궤도에 오르면 담당 상임위 심사→법사위 심사→본회의 논의 등 최장 330일을 거친 뒤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 개시된 뒤 협상은 협박”이라고 일축했다. 패스트트랙의 시동이 걸리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강 대 강’ 대치로 협상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선 4월 국회도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과 일자리 지원을 위한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지만 국회의 본격적인 심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월된 각종 법안도 산적해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 52시간 계도기간이 이미 끝나 위반 사업주들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도 국회는 마냥 손을 놓고 있다.

총선이 1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국회를 총선 전초전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파렴치한 행태다. 여야는 다시 머리를 맞대 혼선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