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점수 따라 교부세 차등지급, ‘상생협력지수제도’ 도입 후 갈등 “시의 치적 쌓기용 아니냐”… 시행초부터 기초단체 불만 속출
대구시 신청사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사진은 중구와 북구 달서구 달성군 시민 단체들이 신청사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내건 현수막.
“도입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결국 줄 세우기용 아닐까요.”
대구 기초단체 한 간부는 최근 대구시가 시행한 ‘시·8개 구군 상생협력지수제도’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생협력지수는 정량(定量)평가와 정성(定性)평가를 합산해 결정한다. 정량지수는 70점 만점으로 각 사업 해당 부서가 만든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가령 관광 분야는 안내표지판을 신설하거나 개보수한 건수에 따라 최대 20점을 부여한다. 30점 만점인 정성지수는 내·외부 전문가들이 평가한다. 가장 큰 현안인 통합 신공항 이전 및 주요 시정(市政) 홍보 실적에는 가점을 줄 방침이다.
특교세인 상생협력사업비는 1위 24억5000만 원, 2위 20억 원, 3위 15억5000만 원을 지급한다. 4, 5위는 22억3000만 원, 6위부터 8위는 17억7000만 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17일 “사업별 실적과 순위를 7월 중간점검 때 공개하고 이에 따른 특별교부세는 내년 3월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개 구군은 대놓고 반발하지는 않지만 못마땅하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시청에서 각 구군 담당자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설명회는 상생협력지수 평가 방법 및 이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놓고 공방이 뜨거웠다고 한다.
한 구청 주무관은 “기초단체마다 인프라나 예산 규모, 재정자립도 등이 다르다는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점수를 매겨 돈을 나눠주겠다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시의 치적 쌓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청 한 간부는 “일반예산을 늘리지 않는다면 이 제도가 내세운 상생 협력이라는 명분은 허울뿐이다”라며 “광역단체에 속한 구군의 속사정은 인정하지 않은 채 시에서 통제 아닌 통제를 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10개 사업 중 하나인 전기차 충전시설 현황 파악은 시가 해야 할 일인데 기초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불평도 나온다. 이 때문에 수시로 회의하고 시의 해당 부서에 보고하는 ‘가욋일’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 신(新)청사 건립 예정지 선정을 놓고 유치에 나선 중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과 시의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출범한 신청사건립추진 공론화위원회는 최근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겠다”며 삭발, 집회, 현수막 과다 게재 같은 행위에 대해 페널티(감점) 부과 방침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감점이 신청사 건립 예정지 유치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 이 4개 구군은 “과도한 제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다음 달 전문 용역 기관이 마련한 감점 대상 세부 규정을 발표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