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스터스의 우승자를 사전에 결정하는 ‘골프의 신’이 있다면 제83회 마스터스에는 3개의 플롯을 미리 깔아놓은 모양이다. 그 운명의 3개 홀에서 결국 누군가는 포효하고 누군가는 역전패의 쓰라림을 가슴에 담았다.
첫 번째 플롯은 450야드 파4 7번 홀이었다.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는 13언더파, 타이거 우즈는 10언더파로 3타차였다. 몰리나리의 티샷이 왼쪽으로 갔다. 그린이 보지지 않는 러프지역. 날카로운 퍼트와 쇼트게임 덕분에 꾸역꾸역 파 행진을 이어오던 몰리나리에게 다시 찾아온 위기였다. 152야드를 남겨둔 상황에서의 두 번째 샷이 벙커 앞에 떨어졌다. 투온 실패. 49개 홀을 소화하는 동안 보기가 하나도 없었던 몰리나리의 3온 이후 내리막 파 퍼트가 홀을 벗어났다. 이전까지 평균 퍼트 1.17개로 버텨왔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우즈는 146야드를 남겨두고 두 번째 샷이 탭인 버디 거리에 떨어졌다. 3라운드와 같은 위치에 떨어트린 티샷과 아이언샷, 그린에서의 멋진 백스핀으로 우즈는 몰리나리와 타수를 1타로 줄였다. 처음으로 틈이 생겼다.
우즈가 1.5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그렇게 높아보였던 2타 차의 벽이 사라졌다. 11언더파의 우즈가 공동선두에 오르자 경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지막 플롯은 530야드 파5 15번 홀에 있었다. 우즈와 몰리나리, 잰더 셔플레,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등 5명이 12언더파, 11언더파로 혼전을 벌이던 때였다. 우즈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지켰다. 227야드를 남겨두고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지면서 투온에 성공했다. 반면 몰리나리의 티샷은 왼쪽으로 휘었다. 러프 지역의 나무 밑. 끊어서 간 두 번째 샷마저 실수했다. 떨어진 위치가 나빴다. 그린까지 79야드 남은 지점에서 세 번째 샷이 나뭇가지를 맞고 물로 향했다. 간신히 버텨왔던 몰리나리는 결국 두 번째 더블보기를 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반면 우즈는 쉬운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선두로 나섰다.
우즈는 파3 16번 홀에서 또 버디를 추가하며 2타차로 앞서간 끝에 우승을 확정했다. 호랑이는 한 번 급소를 물면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 맞았다. 붉은 옷을 입은 우즈가 그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