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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곳이 없어요”…‘숙박업소 몰카’ 공포감 확산

입력 | 2019-04-07 07:05:00

진화하는 몰카 수법…숙박업소들은 ‘탐지기 품앗이’ 논의까지



몰래카메라 © News1 DB


#정모씨(22·여)는 지난해 6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를 찾았다가 수상한 탁상시계를 하나 발견했다. 설마 싶은 마음에 경찰에 신고한 정씨. 시계의 정체는 집주인 조모씨(37)가 몰래 설치해둔 ‘적외선 카메라’였다.

조씨는 카메라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연결해두고 실시간으로 촬영장면을 확인, 녹음, 녹화할 수 있음에도 투숙객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숙박업소는 물론, 에어비앤비 등에서도 불법촬영 범죄가 잇따르면서 ‘몰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모씨(25·여)는 “몰카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모텔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쩌다 이용하더라도 괜히 여기저기 카메라가 있는 것이 아닌지 둘러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몰카’ 범죄 수법은 점점 진화 중…생중계에 음란사이트 IP세탁까지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의 수법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모텔을 돌며 TV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1㎜의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투숙객의 사생활을 해외사이트에서 생중계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이들 일당은 투숙객 1600여명의 성관계 장면 등 사생활을 803회에 걸쳐 몰래 촬영하고, 실시간 촬영된 영상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료사이트에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해당 사이트의 실제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해외 소재 서로 다른 업체의 서버들을 이용했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IP주소까지 세탁해 해외 서버를 관리·운영하거나 PC에 암호화 프로그램을 설치해 놓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촬영을 통해 해외 음란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수익 모델로 활용된 건 이번 사건이 처음”이라며 “숙박업소와 같은 사적 공간에서 무선 IP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 객실을 특정하는데 활용하고있다”고 밝혔다.

◇손님 줄어든 모텔들 ‘탐지기 품앗이’ 논의까지…지자체에서 대여사업도 진행 중

‘몰카’ 공포 확산에 숙박업소들, 특히 모텔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모텔 관계자들은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 청소할 때 더 신경을 쓰게되는 것은 물론이고 협회 차원에서 돈을 모아 탐지기를 구매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몰카’가 워낙 크게 터지다보니까 손님들도 몰카 관련해서 신경을 많이 쓰시고, 낮이든 밤이든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구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진 않았지만, 이쪽 지역에서 영업하는 사람들끼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다른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숙박협회에서 지난 1월쯤 한번 돌면서 탐지기로 방을 체크하기도 했고, 돈을 모아서 구매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면서 “나쁜 사람들이 마음먹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면 찾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몰카’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해 지자체에서도 불법촬영 점검장비 대여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청은 지난 3월부터, 서대문구청은 이달부터 불법촬영 점검장비를 관내 사업주, 관리인 등에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지난 한달간 5건정도 대여했고, 모텔 등에서 빌려간 적은 없다”며 “신분증을 지참해 구청에 방문, 대여신청서를 작성하면 점검장비를 빌릴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