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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대형산불 공식 ‘4월+강풍’…막을 해법은 없나

입력 | 2019-04-06 07:10:00

화재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대형 확산 과정은 닮은꼴
“소화약제·지연제 개발…헬기 대신 드론도 고려해야”



5일 오전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소방대원들이 밤사이 꺼지지 않은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2019.4.5/뉴스1 © News1

5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 위치한 속초, 고성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전신주의 모습. 붉은 원 안에 스파크로 인해 그을린 흔적이 있다.2019.4.5/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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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해 떨어진 직후 강원도 고성군과 강릉시 옥계면 및 인제군에서 잇따라 난 산불로 지금까지 1명이 사망하고 여의도 면적(290㏊)의 2배에 달하는 지역이 잿더미가 됐다.

이번에도 과거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봄철 건조한 강풍이 화재를 크게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매번 원인과 규모는 달랐지만 같은 방식으로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예기치 못하는 초기 발생 이유는 어쩔 수 없더라도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불길이 커지기 전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예방책과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의 1차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지목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고성군 토성면에 있는 한 전신주 고압선에 바람을 타고 날아온 이물질이 걸리면서 발생한 ‘아크’(불꽃)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발생한 불꽃을 대대적으로 키운 건 최고 초속 20~30m에 달하는 강풍이었다. 지금까지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강풍’과 ‘4월’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손꼽히는 재난성 산불이 4월에 난 경우가 많았고, 4월은 ‘양간지풍’이라는 봄철 강원 지역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양간지풍은 춘절기 양양과 고성 및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말한다. 이 바람은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 화재가 처음 시작된 4일도 이 지역에는 강풍경보와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지금껏 강원도 지역에서 4월에 발생한 대형 화재는 Δ1996년 고성 산불 Δ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Δ2005년 양양 산불 등이다.

1996년 4월23일에는 고성군 죽왕면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3763㏊가 불에 탔다. 지역 군부대 폭발물 처리반이 노후 TNT를 처리하던 중 불꽃이 발생한 게 화근이었다. 13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힌 이번 고성 산불과는 달리 당시 산불은 화재 발생 54시간여 만인 25일 오후가 돼서야 수그러들었다. 최대 풍속은 초속 27m에 달했다.

2000년 4월7일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튄 불꽃이 번져 동해안 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우리나라 산불 관측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었다. 이때도 발화 지점은 고성군이었다. 이 불은 4월15일까지 9일 동안 이어지면서 2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를 내고 2만3794㏊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때도 최고 초속 23.7m의 바람이 불며 피해를 키웠다.

2005년 4월4일 시작된 산불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켰다. 입산자 실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은 사흘 뒤인 6일 32시간 만에 꺼지고 973㏊를 태우는 피해를 냈다. 낙산사 건물과 부속 문화재가 전부 불에 타버리기도 했다.

이 같은 대형화재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일단 개별적인 화재 발생원인에 대한 예방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번 고성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아크와 관련 한국전력공사(한전)는 고압선에 전기가 통하는 물체가 날아와서 충돌한다고 무조건 아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이번처럼 바람이 강하게 분다면 아크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한전 관계자는 “평소 아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물체 접촉으로) 가전류가 흐르면 차단기를 작동시키기는 한다”며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아크 발생 가능성을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선을 땅에 매설하는 지중화(地中化) 이야기도 나오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도심밀집지역이나 기술적으로 가능한 곳 위주로 진행하는 장기 사업”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아크 발생 원인이 나온 것은 아니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처럼 산불이 야간에 시작되는 경우에는 헬기가 뜰 수 없어 진화작업이 어렵다는 점도 대형 산불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야간 산불의 경우 헬기가 뜨기 어렵고, 화재가 발생할 때 유발되는 바람인 ‘화재풍’까지 더해져 진화가 더욱 힘들어진다”며 “현재 야간 산불을 더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소화(消火)약제나 지연제 등에 관해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야간에 헬기는 뜨기 어렵지만 무인 드론을 띄워서 소화약제를 이용한다면 지금보다 효과적인 진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강풍 속 산불이 발생하면 아무리 빨리 현장에 도착해도 10분 만에 불이 수㎞까지 번지는 만큼 여러 가지 대책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