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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다이먼 CEO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한 나라 없다”

입력 | 2019-04-05 22:55:00


2005년 12월부터 14년째 미국 최대 금융사 JP모건체이스를 이끌며 ‘월가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63) 겸 이사회 의장이 미국 내 불고 있는 반(反)기업 정서를 강력 비판했다.

다이먼 CEO는 4일(현지 시간) 주주들에게 51쪽에 달하는 연례 서한을 보내 “중소기업뿐 아니라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한 나라는 없다”며 “그런 나라는 일자리도 없고 기회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 기업은 어느 나라에서든 진정한 성장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 규제·사회주의에 일침한 ‘월가 황제’

다이먼 CEO는 이날 서한의 절반 이상을 기업 규제, 미 일각의 사회주의 열풍, 미중 관계 등에 할애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는 누적 기준으로 대략 20% 성장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큰 충격 이후 회복하는 국면을 고려하면 10년간 누적 40% 성장이 정상”이라며 미국 공공정책 전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과도한 규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 내 창업이 어려워 졌고 소규모 사업 설립 및 고용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소규모 창업이나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허가가 너무 많고 그 허가를 얻는 데도 수개월이 걸린다. 허가 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발상부터 완성까지)사람을 달에 보내는 데 8년이 걸렸지만, 현재 단순히 새로운 다리건설이나 신규 태양광 부지 허가를 얻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리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도입된 금융규제 ‘도드-프랭크법’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다이먼 CEO는 “위기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과도하고 비효율적이고 중복된 규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적절하다”며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JP모건 같은 대형회사들은 규제 그 자체로도 영향을 받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의 발언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일부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및 인수합병(M&A) 제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무소속)은 자사주 매입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젊은층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미국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경기침체와 부패, 그 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유발할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면, 경제적 자산은 점차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사용되고 비효율적인 기업과 시장, 그리고 엄청난 편파성과 부패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 없이 자유만을 외치는 자본주의를 옹호하지 않지만 진정한 자유와 자본주의는 결국 연결돼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제2 마셜 플랜’ 제안

다이먼 CEO는 현재 미국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교육기회와 사법 정의가 미국인들에게 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다고 누구도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대안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서유럽 부흥을 이끌었던 ‘마셜 플랜’을 언급하며 교육·의료·규제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제2의 마셜 플랜’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의미할 수 있지만 미국 사회·경제의 개선을 이뤄낸다면, 결국에는 그들 부자들이 주요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내가 오늘 하루 동안 ‘왕’이라면 사회 인프라와 교육에 투자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이먼 CEO는 이날 뉴욕 맨해튼 미국외교협회(CFR)에서도 간담회를 열고 주주 서한에 등장한 내용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그는 뉴욕 유력 인사들이 모인 이 간담회에서 “JP모건체이스에 건강한 미국과 세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의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20~30년내 미국 리더십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답했다.

1956년 뉴욕에서 그리스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난 다이먼 CEO는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1982년 금융계에 입문했다. 이날 CNBC는 그가 지난해 대선 출마를 고려했으나 기성 정당에서의 경선 통과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포기하고,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이먼 CEO, 주주들에게 보낸 51쪽짜리 연례 서한.pdf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