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팀도 포함…최소 12건 작전 참여한 듯
지난해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연루자 일부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한 반체제 인사 탄압작전팀의 일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해당 작전에 관한 기밀 보고서를 읽은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1년도 더 전에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비밀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카슈끄지 살해 사건 연루자 일부가 이 작전 수행원들로 보인다. 이른바 ‘사우디 신속개입 그룹(Saudi Rapid Intervention Group)’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2017년부터 최소 12건의 작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수행한 작전에는 사우디 시민들을 해외에서 송환해 구금하고,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 소유의 궁전에서 수감자들을 학대하는 행위가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가 이들에 의해 억류된 한 대학 강사는 정신적인 고문을 당한 이후 자살을 시도했다.
신속개입 그룹은 왕세자의 최고자문에게 라마단 종료 휴일인 ‘이드 알피트르’ 보너스 수령 여부를 문의할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고 한다.
이들 중 알-카타니와 무트레브는 지난 2017년 빈 살만 왕세자가 리야드 리츠칼튼에 다른 왕자들과 사업가, 전직 관료 등 수백명을 감금한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사건으로 구금된 이들 중 상당수가 신체적 학대를 당했고, 1명은 사망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봄과 여름께 자행된 12명 상당의 여성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구금 및 학대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구금 초기 감옥이 아니라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도시 지다의 사용되지 않는 궁전에 감금됐다.
로자인의 자매 알리아 알-하트로울은 이와 관련, NYT 기명 기고를 통해 신속개입 그룹 일원인 알-카타니가 로자인이 고문당할 당시 몇 번 모습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알-카타니는 로자인에게 “살해 후 시신을 하수구에 던져 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들 여성들은 나중에서야 지다의 다반 교도소로 이송돼 신체적 학대를 피하고 친인척의 방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그룹 일원인 무트레브와 알-하르비는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리야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알-카타니의 경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여행금지 조치와 함께 가택연금에 처해진 상황이다.
미국 정보요원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 그룹 업무에 얼마나 연루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했지만, 알-카타니를 왕세자에 대한 ‘전달자’로 보고 있다. 사우디 관계자들은 이 그룹의 존재 및 업무에 대한 질문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