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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IT 공룡기업 해체해야”… 美여론은 싸늘

입력 | 2019-03-11 03:00:00

아마존 2본사 무산 뉴욕서 발표… “플랫폼 중립… 다양성 보장돼야”
NYT “제2 애플-페북 탄생 힘들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사진)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해체 공약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워런 의원은 8일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25년 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고 이건 대단한 스토리”라며 “그러나 그것은 또한 정부가 독점을 해체하고 경쟁 시장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시티는 아마존 제2본사 자리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철회된 곳이다.

워런 의원은 “IT 분야는 영화 ‘헝거게임’처럼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다”며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거대 IT 기업들의 독점을 해체 또는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의원은 IT 해체론을 ‘플랫폼 중립성’이라고 명명하며 이날 뉴욕 집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구글 등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 제공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이중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을, 아마존은 홀푸즈(유기농 슈퍼마켓), 구글은 네스트(사물인터넷 기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다음 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에 참석해 또 한 번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미 여론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런 의원의 기업 규제 논리가 너무 나갔다. IT 해체론은 그녀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은 2000년대 말 금융기업들을 감시하는 의회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동안 금융시스템 개혁에 매달린 워런 의원이 이번에는 IT 기업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IT 해체론은 페이스북, 구글 등이 개인정보 유출, 불법 광고행위 등으로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나가며 비난을 받은 것과 때를 같이한다.

그러나 IT가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많은 규제를 받는 금융과 달리 정부의 간섭이나 감독을 거의 받지 않으며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대목이다. NYT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워런 의원 당선을 걱정하고 있다”며 “규제 메커니즘이 가동되면 제2의 애플, 제2의 페이스북은 탄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