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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19년 성장률 6~6.5%로 낮춰… 824조원 풀어 경기부양 총력전

입력 | 2019-03-06 03:00:00

리커창 총리 전국인대 업무보고



심각한 中 지도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리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최저 6%까지 낮춰 잡았으며 각종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베이징=AP 뉴시스


경제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의 내우외환에 직면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을 6%로 낮춰 잡고 각종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은 7.5%로 지난해(8.1%)보다 낮아졌지만 경제성장률 목표보다 높아 미국과 패권 경쟁을 위한 군사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에 해당) 개막식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6.5%로 밝혔다. 지난해와 2017년 목표는 6.5% 안팎이었다. 목표를 낮춘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수치마저 제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이 6%보다 낮아지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성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적자 확대를 선택했다. 리 총리는 “올해 재정적자 수준을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한 2.8%(2조7600억 위안·약 463조5000억 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반 시설) 중점 프로젝트 건설을 위한 지방 정부 채권 발행을 지난해보다 8000억 위안 늘어난 2조1500억 위안(약 361조1000억 원)으로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에 4조9100억 위안이 투입된다고 볼 수 있다.

리 총리는 또 도로와 수상 운수 분야에 1조8000억 위안, 철도 건설에 8000억 위안을 투자하는 등 전국적인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빠른 시간에 경기를 되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채무 위험도 높인다. 이를 우려한 듯 리 총리는 “눈앞의 것만 본 채 장기 발전에 해를 미치고 새로운 위험과 우환을 발생시키는, 단기적으로 강한 부양 정책을 취할 수는 없다”고도 밝혔다.

중국이 가장 우려한 분야는 일자리다. 리 총리는 “올해 처음으로 취업 우선 정책을 거시정책에 포함시켰다”며 “취업은 민생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 신규 취업자를 올해 1100만 명 이상으로 늘리고 실업률을 5.5% 이내로 잡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기업이 잇달아 생산을 중단하고 인터넷 정보기술(IT) 기업마저 대규모 감원하면서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젊은층의 불만이 고조되면 중국 공산당이 중시하는 정치 사회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100여 분에 걸친 발표 시간에 리 총리는 땀을 뻘뻘 흘렸고 말이 꼬이기도 했다. 리 총리 뒤에 앉아 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은 화난 것처럼 굳은 표정이었다. 중국 지도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리 총리는 “우리나라(중국)의 발전이 직면한 문제와 도전을 똑똑히 봐야 한다”며 “경기 하락 압박이 증가하고 소비 투자 증가가 둔화하며 유효 투자 증가가 부진하다. 실물 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미중 무역 마찰이 기업의 생산 경영 시장 예측에 불리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올해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과 도전이 더욱 많아지고 커질 것이어서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도 밝혔다. 올해 국방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1899억 위안(약 199조8300억 원)으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시 주석의 세계 일류 군대 건설 구상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성장률 6% 마지노선 지키기 위한 중국의 경기부양책

△재정적자를 2조7600억 위안으로 책정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지난해보다 8000억 위안 증가한 2조1500억 위안으로 확대

△도로 및 수상 운수에 1조8000억 위안, 철도 건설에 8000억 위안 투자

△모든 기업에 연 2조 위안의 감세

△제조업 부가가치세를 현 16%에서 13%으로 인하

△대형 국유은행의 소규모 및 영세기업 신용 대출 30% 이상 확대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