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롤러코스터 하루’
멜리아 호텔로 돌아온 北 경호원들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회담이 열렸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돌아온 북한 경호원들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하노이=AP 뉴시스
일대일 단독회담에서 두 정상은 서로의 발언에 만족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환상 영화’라고 표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씩 웃어 보였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관계는 강력하다”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단독회담 모두발언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던 기자에게 “지금 촬영한 걸 김 위원장에게 보내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김 위원장이 자신의 ‘친구’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다운 제스처였다. 두 정상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오찬 후 산책’을 연상시키는 메트로폴 잔디정원에서의 산책을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하지만 오전 9시 45분 확대정상회담이 시작되고, 서로가 자신의 속내를 하나둘 드러내면서 회담장 밖에서까지 이상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취재진은 이날 오전 11시경 회견장인 JW매리엇 호텔로 당초 예정보다 더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두 정상의 ‘핵 담판’이 한창 진행되던 상황에서 기자회견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 것.
낮 12시 40분경, 샌더스 대변인은 다시 한번 풀기자단에 “협상이 진행 중이고, 30∼45분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확대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1시간가량 길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던 기자회견이 오후 2시로 두 시간이나 앞당겨졌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도 이 시점이었다. 두 정상과 수행단을 위해 오찬장에 차려진 이날의 메인 코스인 생선요리는 이미 싸늘히 식어 버린 뒤였다. 북-미 간 핵 담판을 중재하며 국제적 이목을 받았던 베트남의 최고급 호텔 내 레스토랑이 돌연 ‘노 쇼’ 현장이 되어 버린 것.
북-미 정상과 참모들이 한창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을 예정이던 오후 1시,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단은 짐을 싸고 미 측 숙소인 JW매리엇행 차에 올랐다.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하노이 선언’ 서명식을 기다리며 숨죽이던 기자들은 회담 실패 가능성이 커지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양측 정상이 서명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오후 1시 반, 로이터통신이 “양측 정상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자 ‘노 딜’이 공식화됐다.
하노이=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