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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바꿔야 한다는 욕심 있다… 당 대표에 누가 당선되든 한계 있어”

입력 | 2019-02-25 03:00:00

27일 퇴임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과 의미, 탄핵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되짚어보는 논의는 언젠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또다시 ‘박근혜 프레임’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외면한다고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논의는 해야 한다는 것. 김 위원장은 27일 새 당 대표 선출과 함께 7개월 맡았던 비대위원장 자리도 내려놓게 된다.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는 “나라가 이렇게 가서 되겠나”며 애써 부인하진 않았다. 다음은 22일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새 지도부가 곧 선출되지만 전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누가 당선되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 황교안 후보, 김진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박근혜 프레임을,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 탈당 논란의 문턱을 뛰어넘어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출마 명분이 약하고 한계점이 뚜렷한 사람은 이번 전대보단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김 위원장이 직접 출마하려다 막판에 접었는데….

“내가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출마 안 하는 게 맞다. 나도 전대 출마 명분은 없다. 내가 출마했으면 당이 상당한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 와서 보니 ‘아차’ 하는 순간에 (탄핵 프레임 등) 그 짐을 내가 다 질 수 있었겠구나 생각도 든다.”

―동아일보와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비대위를 60점으로 평가했다. 지금은 몇 점인가.

“좀 더 주고 싶다. 70점 정도.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인적쇄신과 공개 오디션이라는 새 문화를 만들었다.”

―전당대회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야유하는 ‘태극기 부대’들에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고함친 게 화제가 됐다.

“솔직히 10분이 됐든 30분이 됐든 야유가 멈출 때까지 계속 버티려고 했다. ‘누가 이기는가 해보자’ ‘끝까지 한번 가보자’ 싶었다. 한국당의 원래 모습은 이게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태극기 부대의 야유에) 내가 무너지면 당이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해촉한 전원책 변호사와의 갈등이 위기 아니었나.

“전 변호사는 해촉하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였다. 오히려 그 뒤 조강특위가 현역 의원 38명을 당협위원장에서 자르겠다고 했는데 이를 21명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의원들이 집단행동할지 걱정도 많았다.”

―차기 당 대표가 김 위원장이 만든 인적쇄신의 틀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건 힘들 것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나도 입 다물고 있진 않을 것이다.”

―야당 대표로서 지켜본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떤가.

“한국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으니 모든 참모가 대통령의 인식에 맞추고 있다.”

―임기 중 문 대통령과의 대화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나와 별로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 노동개혁을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노동개혁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이 안 되면 이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힘들다. 노조는 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기 때문에 가장 힘든 작업이다. 이 부분을 한국당 힘을 빌려서 하라는 것이었는데, 문을 안 열어 준다.”

―차기 대선에 나설 것인가.

“대선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라가 이렇게 가서 되겠나. 바꿔야 한다는 욕심은 있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확실히 갖고 있는데 내가 뭘 할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나라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