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북핵자료 쌓아놓고 열공… 비건은 ‘서류왕’

입력 | 2019-02-12 03:00:00

취임 후 과거 북핵협상 ‘속성연구’
방북 때 방대한 자료 챙겨가 시나리오별 美입장 상세 설명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9월 1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하던 모습. ‘서류왕’이란 별칭에 걸맞게 서류 뭉치를 들고 있다. 뉴스1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성과물 마련에 분주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소 북핵 자료를 쌓아놓고 분석하는 ‘페이퍼 워크 마니아’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6일부터 2박 3일간 평양에서 벌인 실무협상 때도 방대한 양의 핵 협상 관련 자료를 챙겨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 북측 관계자에게 여러 시나리오별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평양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협상의) 패를 상당 부분 공개한 것으로 안다.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를 직접 보여주며 북한의 의구심을 없애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외무성 내 전략통으로 양성된 김혁철과 달리 비건 대표는 전문 외교관은 아니지만 최근 수개월간 ‘속성’으로 과거 북한과의 핵 협상 과정을 습득했다고 한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말 한국을 찾아 우리 측 인사들에게도 “나름대로 북핵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1990년대 제네바 협상부터 쭉 들여다봤다”고 했다. 틈틈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북핵 문제를 담당했던 빅터 차 전 미 국가안보회의 국장,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포드자동차 부사장이었던 그는 관료적 색채도 덜하다고 한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건 안 된다’고 단언했다가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는 때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닌 것 같았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직제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아래에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조지 W 부시-크리스토퍼 힐-콘돌리자 라이스’처럼 현재 ‘트럼프-비건-폼페이오’의 라인이 꾸려졌다고 보면 된다. 비건 대표가 얼마나 새로운 북핵 접근법을 마련해 김혁철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성과를 결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