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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독립선언, 미 독립선언과 신기할 정도로 유사해”

입력 | 2019-02-09 16:19:00


‘2.8 독립선언’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9일 일본 도쿄(東京) 재일본 한국YMCA회관에서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와 미국 올드도미니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친 최연홍 교수가 2.8독립선언문과 미국독립선언문을 비교, 분석해서 발표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재학 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이어 2.8독립선언의 주역 중 한 사람인 백관수의 차남인 백순 박사가 아버지가 독립선언 후 일본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안 지은 한시(漢詩) 71편을 모아 엮은 ‘동유록(東幽錄)’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독립선언서인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한국 최초의 독립선언서인 2.8독립선언문은 143년의 시차가 있고, 다른 대륙과 다른 문화권에서 나온 선언이지만 신기하리만큼 유사점이 보인다”며 “독립의 이유와 명분이 선명하게 천명돼 있고 이를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같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두 개의 독립선언서는 막강한 식민지 지배를 거부한 이상주의적 자유민주주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 정부는 독립선언서를 쓴 제퍼슨뿐만 아니라 누구도 체포구금하지 않았지만 일본은 주도한 학생들을 모두 체포, 구속했다”면서 “일본의 막강한 힘에 맞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조선 청년들의 의로운 외침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백 박사는 “선친은 감옥에서 조국 독립에 대한 열정을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한시에 담아 표현했다”며 “이 두 가지 마음은 3.1독립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 이어 1945년 해방을 가져오게 한 디딤돌이 됐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백 박사는 ’자위가(自慰歌)-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음이여‘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선친은 감옥에서 홀로 마음속으로 위를 우러러보거나 아래를 굽어 보거나 어디를 보아도 2.8 독립선언의 외침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심정을 나타냈다”며 “한참 뒤에 나온 윤동주의 서시와 정서가 비슷한 것을 보면 당시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 조선 청년들이 모두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백 박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대와 웨스트버지니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취득 후 연방노동부 선임학자로 28년간 근무했다.

백관수는 2.8 독립선언을 이끈 11인의 대표 중 한 명으로 이후 조선일보 상무와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했고, 해방 후 제헌의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내다 6.25 때 납북됐다. 그는 1940년 동아일보가 폐간당할 때 이를 거부하다 구금당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을 일본어로 번역한 하타노 세츠코 니가타현립대학 명예교수가 주축이 된 일본 내 한국문학 연구회가 주최했으며, 일본인들도 많이 참석했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