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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용위기 한파에 불법사채로 내몰리는 서민들

입력 | 2019-01-29 00:00:00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경남 창원, 전북 군산 등에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이 문을 닫은 군산에서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생활비에 쫓기는 자영업자와 실업자들이 연리 최고 200%에 달하는 사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이 찾는 곳이 미등록 대부업체, 즉 사채다. 당장 급한 불은 끌지 모르지만 높은 이자와 폭력적 추심으로 서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약 52만 명, 채무 규모는 6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6월 대부업 대출 규모는 17조4000억 원으로 6개월 만에 9000억 원이 늘었지만 7∼10등급의 저신용등급 이용자 수는 119만7000명에서 116만9000명으로 되레 줄었다. 신용도가 높아져 1, 2금융권으로 옮겨 갔을 수도 있지만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났을 개연성도 높다.

작년 2월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인하된 뒤 취약 계층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들의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는 바람에 더 많은 서민들이 사채시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정부의 4대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이용자 가운데 신용등급 8등급 이하는 9.2%에 불과했다. 1000만 원 이하를 10년 이상 못 갚은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도 대상자 119만 명 가운데 지난해 11월까지 8만7000명만 지원했다. 진짜 취약계층은 정부의 지원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세계 최고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줄이겠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서민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출은 물론이고 고용, 소득 등 분야별 세부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정책자금 지원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서민들이 스스로 부채 상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