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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칼럼]전북대 총장 선거의 경찰 개입

입력 | 2019-01-15 03:00:00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북대 총장이 선거가 치러진 지 3개월이 다 돼 가도록 임명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작년 12월 13일 전임 이남호 총장의 임기는 끝났다. 전북대는 작년 10월 29일 총장 선거를 치른 후 김동원 교수(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를 1순위 후보자로, 이남호 전 총장을 2순위 후보자로 교육부에 임명 제청한 바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총장 임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보통 총장 검증 기간이 두 달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전북대 교수들이 경찰의 전북대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의뢰가 총장 임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원칙과 규정대로 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원칙과 규정이 수사의 결과에 따라 총장 추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1순위 후보자를 추천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은 없었다. 국립대 총장 임명은 교육부의 추천에 따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반면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은 최근 “전북대 총장 선거에 경찰이 개입한 것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선거 개입이란 경찰청 수사국의 김모 경감이 선거전이 한창일 때 최소 3건의 메시지를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에게 “이남호 총장의 비리와 관련해 통화를 원한다”는 글과 자신의 명함을 찍은 메시지를 보낸 일과 3명의 후보자와 통화했거나 만난 사실을 말한다. 이 메시지는 선거 기간 내내 쟁점이 됐다.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일부 문제되는 행동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비리가 발견되면 감찰을 통해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사를 진행한 경찰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경찰 개입의 실체와 배후를 밝혀 낼지와 그 결과에 따른 총장 임명에 모아지고 있다.

총장을 뽑는 선거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축제일 뿐 아니라 대학을 이끄는 리더를 뽑는 일이기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대학발전이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역할까지 짊어져야 할 거점 국립대의 총장이 갖는 무게감은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북대 교수는 “경찰이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 선거에 개입한 것은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고 수사권을 주나’라는 여론이 생길 만큼 경찰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