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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첫 대사급 ‘망명’…어떤 파장 불러올까

입력 | 2019-01-04 07:17:00

충동적 ‘연쇄 탈북’ 우려에 국경 감시 강화할 듯
북미 접촉 앞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 News1 DB


북한의 대사급 인사가 최근 서방 국가로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3일 파악된 가운데 향후 북한 내부에서 일어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대사가 망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 소식을 확인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이같이 전했다.

조 대사대리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해 대사직을 대리해 왔다.

조 대사대리는 북한 정권 내 최고위급 인사의 아들 또는 사위로도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그가 대사대리 직함이지만 사실상의 대사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조 대사대리가 어떤 국가로 망명을 신청했는지, 이탈리아 정부가 조 대사대리의 신병 처리 방안을 확정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그가 어떤 이유로 망명을 시도했는지 여부도 현재로선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조 대사대리와 그의 가족이 모두 이탈리아 정부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망명 시도는 우발적이 아닌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북한 내부에서 벌어질 후폭풍에 쏠린다. 조 대사대리의 망명 시도는 지난 2016년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 이후 처음으로 파악된 고위급 외교관의 체제 이탈이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대사급 망명 시도라 파장이 클 전망이다.

제일 먼저 외교라인의 숙청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에 거주하던 북한 대사의 망명 사실이 전세계에 전달되는 것을 북 당국은 ‘국가적 망신’으로 받아들여 유럽담당 외무라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앞서서는 태 전 공사의 한국 망명에 따른 문책으로 유럽지역을 담당하는 궁석웅 부상이 지방 협동농장으로 추방됐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일각에선 관리 부실의 책임을 지고 궁 부상이 숙청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에 지난해 9·9절을 앞두고 해외 공관장들을 평양에 소집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에 다시 소집해 망명이 의심되는 인사를 해임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 당국이 1월 중 해외공관장들을 평양으로 소집해 폭 넓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며 “특히 외무성에서 유럽담당 부부장 정도는 숙청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북·중 접경지역의 감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주민들의 충동적 탈북을 평양과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국경 지역에 ‘특별 경비 주간’을 선포할 수 있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 중 대사가 망명을 한 것은 1997년 북한 대표부 참사관이었던 형 장승호씨와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이집트 주재 대사 망명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기에 해외공관 비상조치령을 내리는 등 북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조 대사대리가 미국으로 망명을 진행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엔 북한이 이를 트집 잡아 향후 열릴 북미 회담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에 호의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국면관리를 위해 조 대사대리 망명 사건을 부각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싸고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번 일을 외무성 전체를 흔들면서 개편을 하는 계기로 삼기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조 대사대리가 외국 방송에 나와 북한에 비판적 발언을 내놓는 등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이 일에 대해 북 당국이 함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북한이 이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이상 현재 국면에서는 남북·북미 관계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