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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업 손잡고 ‘연금형 태양광’ 첫발

입력 | 2018-12-19 03:00:00

주민참여형 상생모델 시동




강원 철원군 이종권 경제진흥과장, 행복산촌텃골마을 김도용 이장, 레즐러 장명균 대표(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있다. 레즐러 제공

“또 태양광이야? 100억 원 줄 거 아니면 그냥 돌아가시오.”

강원 철원군 행복산촌텃골마을(문혜5리) 마을회관. 14년째 아이 울음소리 한 번 들리지 않은 인구 160명의 시골 마을에 2년 전부터 10명이 넘는 개발업자가 매일같이 들락거렸다. 이들은 ‘마을에 3억∼5억 원을 내놓을 테니 인근에 발전소를 하나 짓자’고 제안했다. 마을 이장인 김도용 씨는 단칼에 거절했다. 김 이장은 “당장 얼마 주겠다는 얘기 말고 우리 마을을 지속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개발업자 대부분은 김 이장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인 레즐러는 달랐다. 오랜 고민 끝에 김 이장이 내준 ‘숙제’를 풀고 다시 마을을 찾았다. 주민과의 상생을 선택한 것이다.

19일 행복산촌텃골마을에서는 마을 주민과 레즐러, 철원군이 함께 ‘철원두루미태양광발전소 주민참여투자 체결식’을 연다. 지역주민과 사업자가 지분을 나눠 갖는 ‘주민지분참여형’ 방식으로 발전소를 짓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 방식은 전국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과 기업의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행복산촌텃골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건설하고 있다. 약 120만 m²의 부지에 100MW(메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100MW는 철원군 전체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의 30% 수준이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내년 6월 30MW 전력이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발전소 지분 20%를 투자한다. 직접 지분을 사거나 대출채권펀드에 가입하는 등 2가지 방식으로 1인당 최대 15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현재 태양광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수익률은 각각 20%, 10%다.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인 만큼 수익금은 향후 20년간 월 10만∼15만 원씩 매월 연금 형태로 지급한다.

발전소 건립과 함께 행복산촌텃골마을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마을로 재탄생한다.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충당하게 된다. 고령자헬스케어 시설과 태양광발전소 체험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 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태양광 패널 주변을 정리하는 일부터 체험관 운영까지 마을 주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업체 측은 향후 20년간 인근 지역에 352억 원의 소득이 창출되고 189명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이장은 “일자리가 없어 이곳을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며 “벌써 10년 만에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마을 주민과 사업자,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댔기에 가능했다. 마을 주민들은 당장 목돈을 쥐기 위해 사업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대신 20년간 마을이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회사는 주민참여형 방식을 도입해 수익금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철원군도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나섰다. 철원군 직원 3명이 1년 넘게 지역 의원들과 도청을 쫓아다니며 사업을 설명하고 인허가 절차를 도왔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익률을 연금처럼 돌려주는 방식도 직접 설계했다. 철원군은 11월 말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열린 ‘적극행정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철원=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