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지음/272쪽·1만5000원·수오서재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김영민 지음/344쪽·1만5000원·어크로스
혜민 스님(왼쪽 사진)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을 펴내며 “우리 안에 있는 고요함과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칼스버그 미술관에 전시된 고대 석관. 칼럼 모음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생각하는 이 책의 이미지다. 동아일보DB·어크로스 제공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남 인생 간섭하는 것은 입만 있으면 된다.”
혜민 스님이 3년 만에 출간한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담은 일침이다. 그는 무작정 ‘괜찮아’라고 위로하기보다, 괜찮아지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글을 ‘힐링 에세이’로 부르는 건 절반만 맞다. 문장은 때로 채찍이다. “어른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든지 안 하든지 둘 중에 하나지 그냥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마라’.”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을 낸 뒤에도 저자는 꾸준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고민을 나누며 호흡해왔다. 그만큼 내공은 깊어졌다. ‘멈추면…’의 제목이 불교 수행용어 ‘지관(止觀)’을 현대어로 풀었듯이 이번 책의 제목은 ‘적적성성(寂寂惺惺·고요함 가운데 깨어 있음)’을 풀었다고 한다.
정치사상 연구자에게 질서가 당연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얼핏 봐서는 논지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그의 문장은 독자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삐딱하게 보도록 이끈다. 그는 샤워하다 발견한 자신의 뱃살을 들여다보다가 ‘적대를 일삼는 이 사회의 정치언어는 사실 모두가 한패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심장도 머리도 뱃살처럼 지방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런 삐딱함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의 또 다른 모습이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 나와 공동체는 이미 죽었는데 현재 부고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 …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다.”(책과 제목이 같은 칼럼에서)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