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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형제복지원 피해자에게 ‘눈물의 사과’

입력 | 2018-11-28 03:00:00

생존자들 만나 “당시 검찰수사 인권 유린 진상 제대로 못밝혀”
과거사 사과, 박종철件 이어 두번째




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이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과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문 총장이 과거사 사건을 직접 사과한 것은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 씨에 이어 두 번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준하 이루다 학생, 엄마의 아픔은 우리나라의 아픔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굳센 엄마의 모습에서 학창시절 또 청춘시절 엄마로서의 삶을 멋지게 펼쳐 나가길 바랍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박순이 씨의 두 딸 이준하, 이루다 학생에게 직접 쓴 편지. 문 총장은 이날 참석한 피해 생존자 23명에게 자신이 읽은 사과문을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문 총장은 즉석에서 박 씨가 갖고 있던 사과문 봉투에 편지를 썼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간담회를 마친 후 자리에 남아 편지를 적었다. 이날 참석한 피해 생존자 박순이 씨(47)의 두 고등학생 딸들을 위한 편지었다. 준하 양이 문 총장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낸 편지를 박 씨가 전한 것에 대한 문 총장의 답장이었다. 문 총장은 박 씨에게서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지켜보는 저희 가족들도 너무 힘들었다. 오늘 엄마가 총장님 사과를 듣고 상처받은 거 조금이라도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편지 내용을 전해 듣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문 총장은 이날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모임 대표와 박 씨 등 23명을 만나 머리를 숙였다. “1987년 검찰 수사 당시 형제복지원의 인권 유린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 총장이 과거사 사건을 직접 사과한 것은 올 3월 고 박종철 씨의 부친에 이어 두 번째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무고한 시민들을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부랑아로 보고 선도라는 미명하에 수용시설에 가둬 폭행과 강제노역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기록상으로만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513명에 이른다. 1989년 박인근 당시 형제복지원장은 3000여 명에 이르는 수용자를 감금, 폭행한 죄가 없다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검찰청은 20일 이 판결이 적법한 법령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한 대표는 “생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며 “검찰 차원에서도 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문 총장에게 당부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