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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수남]태권도 올림픽 퇴출 위기, 남북이 함께 맞서자

입력 | 2018-11-28 03:00:00


박수남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총재·슈투트가르트 거주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 등재된 것을 계기로 위기에 빠진 태권도를 생각해본다. 현재 태권도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2013년에 올림픽 종목 탈락 위기를 겪었고 2028년 다시 탈락할 상황에 처했다. 반면 일본의 가라테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일본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유사 종목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는 관례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한국에는 IOC 선수위원만 있으며 국제 체육계에서 영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군이었던 북한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출신의 장웅 IOC 위원마저 올해 임기를 마친다. 장 위원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관계가 돈독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북이 2032년 여름올림픽 공동 개최 의향을 담은 서신을 IOC에 전달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부터 남북한 태권도 행사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ITF 대표단의 전북 무주 방문행사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고 지난달 세계태권도연맹(WTF)의 방북 시범 공연이 있었다.

이용선 ITF 총재도 남북 교류에 적극적이다. 태권도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태권도계가 이렇게 남북 교류에 협조적인 적이 없었다. 전임 장웅 총재가 있을 때는 이 총재가 IOC 위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의 눈치를 보느라 태권도 교류를 이렇게 급진전시킬 수가 없었다. 이 총재가 2015년 장 총재 후임으로 선출된 이후로는 수시로 WTF와 연락하고 교류를 진행했다. 그는 교류와 통합, 통일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남북 태권도 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이 총재가 이렇게 적극적일 수 있는 배경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올해 5월 WTF와 ITF는 바티칸의 교황 앞에서 공동시연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북한이 한미 훈련을 이유로 막판에 돌연 취소했다. 교황의 참관 약속을 어렵게 받아낸 WTF 측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그래도 태권도의 위기 탈출은 남북 통합밖에 답이 없다. 남북 태권도의 장점을 통합해 IOC에 다가서야 한다. 무도인 북한 태권도의 장점을 경기에 다소 치우쳤다고 평가받는 한국 태권도에 융합해야 한다. 최근 WTF와 ITF가 통합을 위한 공동기구 설립 등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는 등 실질적 통합을 위한 발걸음도 있었다. 문제는 실행이다. 결국 남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태권도 공동 시범을 보였다. 겨울 종목이 아닌 태권도가 겨울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배경엔 바흐 IOC 위원장의 배려가 있었다. 바흐 위원장은 항상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고 있다.
 
박수남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총재·슈투트가르트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