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19년 동안 르노닛산그룹의 절대자로 군림하던 카를로스 곤 회장이 19일 하네다공항에서 일본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주요 혐의는 5년간 보수를 50억 엔 줄여 신고해 탈세를 했다는 것. 체포 당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곤 회장의 입장을 옹호하는 대신 해임 절차를 밟기 위한 이사회를 즉각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르몽드 등 주요 외신은 일본인 경영진의 쿠데타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르노의 대주주는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 2월 곤 회장을 연임시키면서 르노와 닛산을 하나의 회사로 합병시킬 것을 요구했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합병을 통해 닛산의 생산물량을 르노로 가져와 프랑스 국내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당초 합병을 반대하던 곤 회장은 9월 닛산 이사회에서 사실상 합병을 제안했고 닛산 일본 경영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본 검찰이 파악한 곤 회장의 개인 비리 내용도 곤 회장을 몰아내기 위한 닛산 내부의 제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일본 언론은 카를로스 곤 회장이 회삿돈으로 이혼소송 비용을 지불했다느니, 호화 주택을 구입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연일 탐욕스러운 경영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곤 회장의 갑작스러운 추락은 자동차산업의 주도권과 자국 내 일자리를 놓고 프랑스와 일본 사이에 벌어진 불꽃 튀는 물밑 싸움의 소산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