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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 언급 하르츠와 바세나르 개혁, 노동계 양보 없이 불가능했다

입력 | 2018-11-24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한 새로운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대타협을 당부하면서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을 언급했다. 1980년대 들어 경제의 글로벌화가 빨라지면서 유럽 대륙 국가들은 영미권에 비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 독일은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개혁을 이뤄냈다. 두 나라를 오늘날 유럽연합(EU)의 경제 견인차로 만들고, 강경 노동세력에 발목 잡혀 개혁에 실패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의 격차를 낳은 주요 원인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하르츠 개혁이 월 소득 450유로(약 58만 원) 이하의 미니잡(minijob) 등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해 독일에서도 퇴짜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니잡은 기술이 없는 주변부 노동자들을 노동시장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일자리 대책으로 많은 하르츠 개혁 중 하나였을 뿐이다.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생산성 증대 범위 내에서의 임금의 완만한 상승을 유도하고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늘려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기업의 이윤 창출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개혁이 주효해 안정적인 성장 속의 고용 증대로 이어졌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에서는 노사 못지않게 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 협약은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기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거리를 나눔으로써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정부는 법인세를 낮추는 등의 지원으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다시 일자리 증가로 연결시켰다.

하르츠 개혁이나 바세나르 협약은 그 내용에서 드러나듯 노동계가 먼저 양보하지 않았으면 이룰 수 없는 타협이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출 비중이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 경쟁력 차이가 즉각 주문량의 차이로 이어진다. 최근 2년간 생산성과 무관하게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 유럽 국가보다 탄력성이 부족한 근로시간 단축 등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노동계가 고용과 성장에 모두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고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냉철한 인식을 가져야만 경사노위에서의 대타협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