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왼쪽)와 박정진이 한화 이글스를 떠나 새둥지를 찾는다. 한화는 현역 연장의 의지가 강한 두 선수를 조건 없이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아름다운 이별’이다.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가 현역 최다승(137승) 투수 배영수(37), 최고령 투수 박정진(42)과 결별한다. 현역 연장 의지를 밝힌 두 선수를 배려한 결단이었다.
한화는 이미 정규시즌 막바지인 8월 30일 배영수와 박정진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은퇴식까지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역 의지가 강했던 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단 결정을 유보했다. 안승민과 김혁민 등 선수 10명의 방출 소식을 전한 10월 25일에도 배영수와 박정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현역 연장의 의지를 놓지 않자 결국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제 배영수와 박정진은 KBO리그 전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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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연장 원해” 배영수 뜻 존중한 한화
배영수도 마찬가지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맺은 FA 계약(3년 21억5000만원)은 이미 끝났다. 2018시즌 5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지금은 금액보다 현역 연장 의지가 더 강하다.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그의 영입을 고려하는 팀들도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 전성기 때와 견줘 최고구속이 10㎞ 이상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몸 상태에 맞춰 투구하는 노하우와 공격적인 승부는 젊은 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세대교체와 맞물린 베테랑의 방출. 구단은 냉정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한화는 8월 29일 웨이버 공시 후 새 팀을 물색 중인 심수창에게도 2019시즌 연봉(2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심수창은 2016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13억원(계약금 3억원 포함)에 FA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도 한화는 현역 최다승 투수와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내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헤어질 때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인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한화 구단 관계자는 18일, “선수들의 현역 연장 의지가 워낙 강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관계자는 “배영수, 박정진 두 명 모두 앞으로 어디서든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