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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배상 판결에 “초혐한 시대… 한국과 단교” 외친 日우익

입력 | 2018-11-12 03:00:00

전범기 들고 도쿄 도심서 反韓시위




9일 도쿄 반한 집회 참가자들은 ‘초혐한 시대’ 등 원색적인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내보이며 한국을 비난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의 미래를 위해 한국과 단교합시다!”

10일 오후 3시 일본 도쿄역 앞에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가 단체로 등장했다. 건장한 남성 두 명이 거대한 욱일기를 흔들었고 ‘한국에 분노. 일한(日韓) 단교’라고 적힌 현수막과 욱일기, 일장기를 든 이들이 뒤따랐다. 약 300명이 맨 앞의 집회 차량이 확성기로 외치는 구호에 맞춰 행진했다. “한일 기본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한국과 단교하자” “일본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한국과 관계를 끊자” 등 한국과 수교를 끊자는 내용이었다.

○ 강제징용 판결 후 日 우익들 첫 도심 집회

10일 오후 일본 도쿄 도심에서 열린 반한 집회에서 우익 세력들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한국과의 국교를 단절하라는 문구도 보인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후 일본 정부가 연일 한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우익단체 ‘행동하는 보수운동’과 혐한(嫌韓)주의자들이 도심 집회를 연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우익세력이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니혼바시부터 도쿄역, 긴자 등 한국인들도 자주 찾는 도쿄의 대표 도심지 약 4km를 2시간 동안 행진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행동하는 보수운동은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 회장이자 넷우익(인터넷 우익)의 대표 격인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가 만든 우익단체다. 이들은 시작부터 “자이니치(재일교포) 집에 가라” “다케시마(독도) 돌려줘” 등 원색적인 구호를 외쳤다. ‘초혐한 시대’ ‘죽어라 한국’ 등 이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에도 한국에 대한 증오심이 넘쳐났다. 집회 도중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반대파들이 등장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 “단교만이 답” 주말 내내 집회

집회를 이끈 행동하는 보수운동의 호리키리 사사미(堀切笹美) 도쿄지부장은 “지금까지 일본인은 한국인의 부조리를 참아 왔지만 이번 한일청구권협정 파기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짓밟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오히려 한국은 일본을 미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리키리 지부장이 한국은 ‘아시아 동북의 나쁜 친구’라고 말하면서 “절교만이 답”이라고 외치자 집회 참가자들은 “싸우자”라고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우익세력의 집회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11일 오후 도쿄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아사쿠사(淺草)에서 또 다른 우익단체 ‘신사회운동’이 한국과의 단교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런 가운데 강제징용 판결의 원고 측 움직임도 빨라졌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대부’라고 불리는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조선인 강제노동피해자 보상입법을 위한 일한공동행동’ 사무국장은 11일 오후 한국 시민단체인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측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단체 간 연대를 통해 일본의 사죄 및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행동하는 보수운동 “BTS 항의 집회 계획 없다”

한편 일본에서 콘서트를 여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장에 일본 우익단체의 항의 집회가 열릴 뻔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동하는 보수운동은 도쿄돔 콘서트 첫날인 13일 BTS의 공연장 앞에서 오후 3시부터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BTS를 ‘반일 아티스트’ ‘일본에서 돈을 벌어 가는 아티스트’ 등으로 비난하는 집회 안내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참가를 독려했다.

하지만 지난 주초 돌연 집회 일정이 삭제됐다. BTS 팬을 중심으로 집회 일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고 관련 항의가 빗발치자 일정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행동하는 보수운동 측은 11일 본보가 삭제 이유를 물어보자 e메일을 통해 “13일 집회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콘서트 당일 다른 우익단체나 혐한 세력이 규탄 집회를 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BTS 소속사 측은 “콘서트 등 향후 일정은 변동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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