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3시 일본 도쿄역 앞에 거대한 욱일기가 등장했다. 건장한 남성 두 명이 각각 욱일기를 깃발처럼 흔들고 있었다. 이들 뒤에는 또 다른 일행이 ‘한국에 분노. 일한(日韓) 단교’라고 적힌 현수막과 욱일기를 들고 있었다. 가장 앞에서 리드하는 집회 차량이 확성기로 외치는 구호에 맞춰 약 300여 명의 사람들이 행진했다. “한일 기본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한국과 단교하자!” “일본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한국과 관계를 끊자” 등 한국과 수교를 끊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강제징용 판결 후 日 우익들 첫 도심 집회
행동하는 보수운동은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회장이자 넷우익(인터넷 우익)의 대표 격인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가 만든 우익 단체다. 홈페이지에 있는 단체 소개문에는 “한국을 혐오하는 ‘대 혐한 시대’의 여론을 만들어낸 것은 대단히 큰 실적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번 집회 안내문에는 “욱일기, 일장기 대 환영”이라고 써있다
이들은 시작부터 “자이니치(재일교포) 집에 가라” “다케시마(독도) 돌려줘” 등 원색적인 구호를 이어갔다. ‘초 혐한 시대’ ‘죽어라 한국’ 등 이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에도 한국에 대한 증오심이 넘쳐났다. 집회 도중 차별 발언을 반대하는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시위대가 등장해 이들을 비난하는 등 맞불을 놓자 일촉즉발의 순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일본 시민들은 욱일기와 일장기로 무장한 반한 시위대 때문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짓거나 가던 길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단교만이 답” 주말 내내 집회
우익 세력의 집회는 다음 날인 11일 오후에도 이어졌고 도쿄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아사쿠사(淺草)에서 또 다른 우익 단체인 ‘신사회운동’이 한국과의 단교를 외치며 행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