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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영관]지자체, 문화경영으로 도약하자

입력 | 2018-10-26 03:00:00


이영관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아산학연구소장

역사적으로 반도 국가는 인류 문명을 이끌어왔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배출한 그리스는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재해석해 헬레니즘 문명을 탄생시켰다.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로 출발했던 로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을 뛰어넘는 정치 실험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로마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각지를 여행해 보면 한 나라의 도시들은 문화적 동질성이 강하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같은 나라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전통문화와 공간미학을 접목시켜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피렌체나 밀라노, 베네치아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자기 고장에 대한 애향심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로마 시민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지 않는다. 이탈리아인들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표현보다 로마에서 왔다거나 밀라노에서 왔다거나 베네치아에서 왔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시의 규모만 다를 뿐 지역사회의 문화적 차별성이 약하다. 서울과 대전의 건축 디자인과 문화적 색채는 대동소이하다. 더 늦기 전에 도시와 농촌뿐만 아니라 대도시와 소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아쉽게도 20세기에 도입된 자본주의는 한국인들의 의식구조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은 자기 고장에 대한 역사의식과 문화경영에서 그 해법의 실마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문화적 동물인 인간은 거대한 경제교육도시가 아니더라도 역사문화적인 매력이 뛰어난 고장에서 생활하며 대도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다.

낙동강 변에 위치한 안동 하회마을은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해 생일상을 받게 되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201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자 내외국인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온양온천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혼 여행지였다. 당시 신혼부부들은 온양온천에 머물며 멋진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세종대왕을 비롯해 여섯 명의 임금이 방문했던 온양행궁은 온양온천이 우리나라 온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세종은 세 차례 온양온천을 방문했다. 첫 번째로 방문했던 1422년 4월 세종은 온양에 머물며 행궁(行宮)을 지은 감독관과 공장(工匠)들에게 쌀과 베를 하사했고, 온수현의 빈궁한 사람에게도 곡식을 나누어줬다.

지역 사회는 온양행궁의 복원 외에도 비류백제의 역사적 고증과 발굴을 통해 일류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지자체와 시민들은 혼연일체가 돼 역사문화적인 유산을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관리해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 또한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도록 문화경영을 접목해 글로컬(Global+Local) 문화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이영관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아산학연구소장